기말고사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6월, 학생회관 앞을 지나던 계민지(정외‧09)씨는 운전면허 방학특강 홍보물을 발견했다. 마침 여름방학을 이용해 운전면허를 딸 계획이었던 그녀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홍보에 솔깃해 수강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2주면 완성할 수 있다던 운전면허 취득은 총 2달이 걸렸고 약속했던 혜택은 거의 받을 수 없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6월 우리학교에서는 운전면허 방학특강의 접수가 진행됐다. 운전면허 방학특강은 ‘드라이브에듀’라는 업체가 42개 제휴대학과 연합해 운영한 특강으로 타 학원대비 최대 20~25% 할인된 가격에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밖에도 대학생들을 상대로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있어 많은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이뤄졌다.

그러나 한 번에 많은 수강생이 몰리면서 이 사업이 파행적으로 이뤄져 학생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급기야 업체 측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개제했으나 학생들의 불만은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생들의 피해사례는 크게 △수강희망일과 달리 대기시간이 늘어난 점 △차량, 강사, 셔틀버스 부족 사태가 발생한 점 △온라인 수강신청을 한 학생에게는 연락이 가지 않은 점 △실제와 다소 다른 내용의 홍보를 한 점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2주 완성’이라 쓰고 ‘2달 고생’이라 읽는다.

방학시작과 함께 6월 말이나 7월 초를 ‘수강 희망일’로 지정했던 많은 학생들이 개강을 코앞에 둔 8월 말에도 여전히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고 있다. 김다영(건축‧09)씨 역시 2주 안에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운전면허 특강을 신청했으나 2달이 지난 8월 말이 돼서야 도로주행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김씨는 “7월 초를 수강희망일로 정했는데 7월 중순이 돼서야 수강을 시작할 수 있었고 기능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예약이 밀려 도로주행을 하기까지 또 한 달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9월에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계씨 역시 예정보다 수강이 미뤄져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녀는 “시험을 한번에 붙지 못하면 일 년 후에나 다시 시험을 치룰 수 있는데 그러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처럼 학생들의 수강희망일과 달리 대기시간이 늘어난 것은 올해 2월 24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개정안에 따른 운전면허취득 간소화 정책과 관련이 있다. 이번 사업을 주관한 업체인 드라이브에듀 측은 “성수기인 여름방학에 수강생이 많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를 기다렸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이처럼 많은 수강생이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업체 측은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없었고 학생들은 ‘원하는 시간대로 담당자와 교육 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홍보와 달리 여름방학 내내 수강을 받기위해 기다려야 했다.

'드라이뷰에듀'측은 업체가 수용할 수 있는 보다 많은 인원을 받았다.

우리 집 앞이 1시간 거리?

수강기간과 더불어 문제가 되는 점은 학원의 위치와 셔틀버스 운행에 관한 것이다. 경기대학교 육인혜(장신구금속디자인학과‧09)씨는 이처럼 시간을 낭비하게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운전면허 방학특강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녀는 “학교에서 홍보하는 직원에게 주소까지 불러주며 집과 가까운 곳에서 수강이 가능한지 확인했는데 막상 학원에 가보니 집에서 1시간이나 걸리는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고 말했다. 육씨가 다니는 학원의 경우 3시간에 한 대씩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놓치면 학원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집 앞에서 탈 수 있다던 셔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버스를 타고 가야만 했다.

그러나 업체 측의 홈페이지에는 제휴 학원에 관한 어떤 정보도 개제돼 있지 않아 학생들은 미리 학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드라이브에듀의 신승민 팀장은 “홈페이지에 제휴 학원 목록을 올려 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이는 영업상의 이유로 불가능했다. 셔틀버스 노선 역시 13개 학원의 것을 모두 합치면 너무 방대한 양이어서 개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홍보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소 다른 내용이 전달된 것에 관해서는 아르바이트생 교육이 3일 동안 이루어지는데 교육 과정에 불찰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믿는다기에 나도 믿었는데

운전면허 방학특강을 수강했던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는 사업이니까 믿고 신청했다”며 학생복지위원회(아래 학복위)의 책임을 물었다. 그렇다면 운영 상의 문제점이 많았던 업체가 어떻게 학교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일까?

외부특강의 경우 주최 측이 학복위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 이 제안서를 바탕으로 학복위 측은 외부특강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학복위가 세운 가장 큰 기준은 제안해온 업체의 신뢰도와 학생의 수요였다. 즉 수요가 분명하다고 판단되도 업체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에는 결정을 보류하게 된다. 학복위에서 이 업체를 받아들인 이유는 △매년 진행돼 오던 특강이었기 때문에 그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판단과 △지난 몇 년간 진행하던 업체이기 때문에 일단 그 실체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 과정에 대해 계씨는 “학복위 측이 업체의 신뢰도를 평가할 때 뚜렷한 기준을 세워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고 단지 ‘매년 진행해 오던’ 특강이기 때문에 수락한 것은 안일한 태도가 아니냐”며 비판했다. 또한 학복위 측은 제안서를 수락하며 업체 측에 ‘학생들에게 학원의 거리가 멀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시킬 것’ 등의 조건을 요청했지만 제안만 이루어졌을 뿐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전혀 점검을 해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복위원장 이태영(정외·04)씨는 이번 여름방학 운전면허 특강이 파행적으로 운영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문제가 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업체 쪽에 연락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계약서를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학생들이 온갖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다른 학원으로 옮기지 않았던 이유는 공통적이었다. ‘다른 곳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불만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은 가장 큰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수강료가 할인됐다고 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권리까지 할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으로 운전을 배우는 학생들의 설렘과 즐거움이 분노와 짜증으로 바뀌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혜진 기자 jhjtoki@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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