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들, 외국학생들보다 날씬해지려는 욕구 강해

개강을 맞아 세순이는 쇼핑을 하러 백화점에 가지만 이내 한숨을 내쉰다.하나 같이 마른 체형의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들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에 패션 잡지를 구입한 세순이는 연예인과 모델들의 마른 몸매를 보며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좀 상황이 달라 보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을 좇고 있는 것이다.

우리대학교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10학년도 1학기 ‘현대사회의 과제’ 강의에서 시행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내 한국 학생들은 외국 학생들에 비해 자신의 몸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업을 수강했던 이미소(경제·09)씨와 교환학생 게빈 매키씨는 한국 학생 96명(남 48명, 여 48명)과 외국 학생 69명(남 41명, 여 26명)을 대상으로 BMI 지수*와 자아존중감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BMI 지수가 높을수록 자아존중감이 떨어지고 여성들이 그 정도가 더 심한 것은 공통적이었지만, 같은 BMI 지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학생에 비해 한국 학생의 자아존중감이 낮았다. 이씨는 “한국 학생들은 평균 체중일 때 대체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이에 비해 외국 학생들은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고 인터뷰 결과 몇몇 학생들은 과체중임에도 자신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이 수업을 담당했던 염유식 교수(사과대·의료사회학)는 이 결과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는 한국 사회에서 몸매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적은 한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오래 거주한 외국인들 또한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염 교수는 날씬하지 않으면 게으르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 전반의 경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살이 찌는 것은 체질의 문제이기도 해서 개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의지와 꼭 연관이 있다고만은 볼 수 없는데도 지나친 사회적 압력이 한국 학생들로 하여금 날씬하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됐다. 엄지희(사학·08)씨는 “게으르다거나 의지박약이라는 등 뚱뚱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평소 느낄 수 있다”며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비교적 비만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뚱뚱함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른 체형이 고민이라는 조영석(생명공학·09)씨는 “남자들은 여자들만큼 살을 빼고 싶어 하진 않지만 근육을 키우는 등 다른 방식으로 몸매에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나 대학 입학 때 한국에 들어왔다는 윤초롱(아동가족·09)씨는 “확실히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른 것을 느꼈다”며 “한국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개성을 따져도 결국 추구하는 것은 마르고 예쁜 외모”라고 비판했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대중 매체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최근 인기 아이돌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마른 몸매에 이를 부각시키는 옷을 입는다. 또한 외국에 비해 통통한 연예인이 자신의 체형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다. 조사를 진행한 이씨는 이러한 한국의 미디어 경향에 대해 “해외에서는 살이 찐 연예인들도 지적이거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그런 예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예림(경제·10)씨는 “일단 TV에 나오는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정상체중에 훨씬 못 미치는 마른 몸매를 갖고 있어 시각적인 자극이 된다”며 “각종 TV 프로그램들이 스타들의 몸무게나 다이어트 비법 등을 소개하는 것 역시 여성들을 체중감량으로 이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날씬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못하는 것일까? 날씬하고 예쁜 몸매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들의 시선과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의한 행복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BMI 지수: 키와 몸무게를 이용하여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도.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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