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역 축제로 방학나기

브라질의 삼바 축제,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일본의 눈 축제…
이러한 해외의 유명 축제에 언젠가  참가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경비의 문제로 이를 마음에만 남겨뒀다면 좀 더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동네잔치 정도로만 여겨졌던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들이 진화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를 축제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축제라고 하면 지역의 명물을 소재로 한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천의 쌀, 고창의 수박, 안흥의 찐빵 등 먹거리를 중심으로 축제를 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관령의 눈, 담양의 대나무 등 그 지역의 명물을 내세운 축제도 있다. 그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보령머드축제(아래 머드축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1998년에 시작된 머드축제는 서해안의 질 좋은 머드를 널리 알리고자 기획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유명세를 타, 지난 2009년에는 참가자 중 외지인의 비율이 90%를 차지하기도 했다. 축제에서 관광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것은 머드마사지, 머드슬라이드 등의 체험프로그램이다. 머드축제 사무국 이유진씨는 “체험 위주의 축제라서 젊은층과 외국인의 참여도가 높다”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는 외국인들과 교류하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머드축제를 찾은 외국인 방문자 수는 약 390만명으로 국내 축제 중 가장 많다. 머드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조문희(식영·10)씨는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에 외국인들이 많이 참여한 것이 신기했고 그들과 함께 즐겨 축제의 재미가 배가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체험’으로 젊은층을 끌어들이다

체험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은 머드축제 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의 전반적인 경향이다. 많은 축제들이 체험적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전국적인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가족단위의 관광객은 물론 젊은 층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로 유명한 속초에서는 ‘장사항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아래 오징어잡기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하는 오징어잡기축제는 수심 0.8∼1m의 얕은 장사항 앞바다에서 면장갑만 끼고 오징어를 잡는 체험축제다. 잡은 오징어는 즉석에서 회로 먹을 수도 있다. 지난 2009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축제 참가자 중 외지인의 비율이 70%에 달했을 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오징어잡기축제를 주관하는 장사청년회 부회장 남명열씨는 “오징어를 직접 잡아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추억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축제를 소개했다.

예술과 만난 지역 축제

지역의 명물을 축제의 주제로 내세우는 전통적인 지역축제 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음악 등의 예술제를 기획해 그 지역의 대표행사로 굳힌 곳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충무로 국제영화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등이 그 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얻어 국제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제화를 노리는 다른 축제들도 아직 그 성과는 뚜렷하지 않지만 국내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에 비해 음악제와 연극제는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은 편이나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아래 통영음악제), 대관령국제음악제, 서울국제연극제 등은 국제적인 교류를 활성화해 해외의 공연을 유치하거나 예술가와의 대화 등의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통영시는 국제음악제 뿐만 아니라 국제연극제 또한 유치하고 있어 최근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3월의 통영음악제는 학기중이라 학생들의 참여가 쉽지 않지만, 통영연극예술축제(아래 통영연극제)는 7월에 열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영연극제에는 정통연극만이 아니라 뮤지컬, 무언극, 춤 등의 다양한 공연예술 장르에서 엄선된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 진다. 모두 검증된 작품이기 때문에 연극예술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관객들도 쉽게 작품을 골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연극제의 강점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해외공연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앵콜 공연도 만날 수 있다. 서울국제연극제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윤정로(교육·04)씨는 “패키지 예매를 이용하면 양질의 다양한 공연을 골라서 볼 수 있다”며 추천했다. 또한 윤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 찾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 참가, 여행은 덤!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 증가도 사람들을 지역축제로 이끄는 요인이다. 축제 기간에 맞춰 지역을 방문하면 축제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주국제영화제에 참가했다가 한옥마을에 들러 고택을 체험하거나, 통영국제음악제에 갔다가 충무김밥과 무화과를 먹어보는 식이다. 특별히 관광명소가 없더라도 주변의 계곡이나 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면 된다. 머드 축제에 참가했던 조씨도 “당시 주변지역도 여행했었는데 축제도 즐기고 보령의 해산물도 맛볼 수 있었다”며 “축제와 국내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쁘게 한 학기를 보내고 방학이 시작됐다. 계절학기도 종강을 바라보고 있는데 올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계획은 다들 짜셨는지? 유럽, 미국, 동남아 같은 해외 여행지를 살펴보기 이전에 가벼운 주머니와 부담없는 마음으로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국내의 축제들을 찾아 특별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그림 김진목
자료사진 보령머드축제, 장사항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 통영연극예술축제

보령머드축제
기간: 2010년 7월 17일~25일
장소: 대천해수욕장 및 시내일원
주최/주관 : 보령시/보령머드축제추진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mudfestival.or.kr/

2010통영연극예술축제
기간: 2010년 7월 17일~26일
장소: 통영시민문화회관 대·소극장, 벅수골 소극장, 문화마당
주최/주관: 통영시/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
주요공연: 영화 ‘하하하’, 동랑희곡상 선정 작품 ‘헬로우 마미’ 등 29단체 29작품 50회 공연
홈페이지: http://www.bsg.or.kr/

대관령국제음악제
기간: 2010년 7월 23일~8월 13일
장소: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 등
주요공연: 저명연주가 시리즈(김선욱, 정명화, 리제 드 살르 등), 음악가와의 대화 등
홈페이지: http://www.gmmfs.com/

장사항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
기간: 2010년 7월 24일~8월 1일
장소: 속초시 장사항 내
주최/주관: 속초시/장사청년회
홈페이지: http://www.jangsa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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