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언론의 선정적인 여론화 속에서 문제의 본질 흐려져…가해자는 아직 찾지 못한 상태

‘연세대 패륜남’ 사건. 기성언론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이슈화됐던 ‘공대 폭행사건’의 현위치는 어디일까. 사건처리과정은 어느 지점에서 머물고 있고, 사건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대학생들의 고민은 어디로 흘러가버린 걸까. 사건발생부터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연세춘추」에서 뒤쫓아봤다.

‘공대 폭행사건’은 5월이 저물어가던 지난 5월 25일 발생했다. 경희대에서 ‘패륜녀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이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패륜녀 사건은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 대한 ‘마녀사냥’식 처벌에 머물러 있었고, 이와 관련해「연세춘추」에서는 우리대학교도 빗겨갈 수 없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차별의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공대에서 발생한 사건은 기성언론을 타고 ‘연세대 패륜남’으로 포장돼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사건의 선정적 여론화를 우려한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서둘러 자보 하나를  추가로 게재했다. 그럼에도 학교 밖 여론은 사건 배후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를 배제한 채, 개인의 인성과 우리대학교 전체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학교 내부에서도 사건처리를 도맡은 대책위를 향해 ‘학교 이미지만 실추시킨다’는 불만이 표출됐다. 기성언론의 힘에 의해 지성의 전당이라 일컬어지는 대학에서조차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실종돼 갔다.

자진출두기간이었던 6월 9일까지 가해자는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지 2달이 돼 가지만 가해자의 신원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현재 수사당국은 나타나지 않는 가해자를 상대로 고발조치를 취했으며, 남은 수사기간 동안 CCTV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피해자의 정신적 치유를 최우선으로 삼고 공동체로의 안전한 복귀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원 정준영(사회·06)씨는 “피해자 치유와 더불어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해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피해자는 그토록 원했던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우리대학교에서 받은 상처는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가해자를 찾을 수 없다고 해서 연세사회 구성원이 받은 상처를 외면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피해자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 안을 수 있을 때 학교와 학생은 훼손된 그들의 ‘명예감정’을 일부라도 회복했다고 위안할 수 있지 않을까.    

정석엽 기자 adio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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