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색다른 북유럽 심리 스릴러와 어딘가 놀라운 심리학 서적

유난히도 푹푹 찌는 날씨의 여름이다. 열대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해 무더위를 잊게 해줄 두 권의 심리 관련 서적을 소개하고자 한다. 북유럽의 심리 스릴러 소설 『그림자 게임』과 소지품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을 다룬 『스눕』이 그것이다.

생소한 스릴러 『그림자 게임』

먼저 『그림자 게임』은 예르다라는 독거노인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주택관리사 마리안네는 예르다의 유품들을 정리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웨덴의 작가 악셀 랑네르펠트의 친필 사인이 수록된 다수의 작품들을 발견한다. 예르다의 유서 속에는 생뚱맞게도 크리스토페르라는 예르다와 전혀 무관할 듯한 한 명의 상속인만이 쓰여 있었는데, 이 미심쩍은 사실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로 독자를 긴장하게 하는 다른 스릴러와는 달리 이 책에서는 특별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공포분위기가 조성되지도 않는다.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스토리가 진행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물 소개를 하는 도입부가 끝남과 동시에 편지라는 소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실마리들이 폭풍처럼 얽히고 풀리면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이런 요소들을 통해 독자들은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게 되고, 게다가 결말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심리 스릴러란 장르 문학적 성격뿐만이 아니라 순수문학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번역한 임소연씨는 “읽어 나갈수록 이것이 단순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추리 혹은 스릴러의 형식을 빌린 순수문학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추리의 요소가 있지만, 사건이 중심이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인간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추리소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른 스릴러 소설들에서는 의문투성이의 살인 사건 등이 스토리의 핵심이 되지만, 이 책에서는 두 인물 사이의 사랑이 담긴 편지가 스토리 전개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흔적으로 파악하는 『스눕』의 세계

북유럽의 심리 스릴러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살짝 살펴본 뒤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 독자라면, 이제 『스눕』을 읽을 때다. 스눕(Snoop)의 사전적인 의미는 ‘기웃거리며 무언가를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샘 고슬링은 스눕이란 단어를 ‘직감을 넘어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는 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를 간파하려는 소개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기술과는 달리, 스눕은 과학적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스눕의 한 예를 들어 보자. 한 사람의 사무실에 가족사진이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 사람이 가족지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단순히 사무실 벽에 가족사진을 걸어놓은 것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가족사진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면 그는 가족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방문자들에게 향하고 있다면 그는 가족지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위선자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사적인 공간에 있는 소지품이나 흔적들을 통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스눕을 배워야하는 이유는 물론 위처럼 상대를 꿰뚫어보고자 하는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스눕을 배워야하는 이유가 단순히 상대방의 성격을 읽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스눕을 배움으로써 상대방과의 대화를 쉽게 이끌어 나갈 수도 있고, 상대방에게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 스눕을 배우게 된다면 더 편하게 일상생활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책을 감수한 우리대학교 황상민 교수(문과대·인지심리학) 역시 “이 책은 추리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통찰력의 비밀을 보여줌으로써 사람을 읽는 예리한 안목을 키워줄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스릴러인 『그림자 게임』, 타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해주는 『스눕』.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무더운 여름방학을 견뎌내 보자.

임우석 기자 highbiz@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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