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전쟁 60주년

오는 6월 25일이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도 어느덧 60년이 된다. 금세 끝날 것만 같았던 전쟁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서해교전, 연평해전과 같이 소규모 전투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방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사건은 반북감정은 물론 전쟁에 대한 두려움마저 불러 일으켰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과거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고 지금은 또 어떤 문제들이 잠재돼있을까?

기존의 역사학자들은 미국과 소련의 힘의 충돌이 한국전쟁을 일으킨 원인이었다는 주장을 펴왔다. 미국과 소련이 남·북한 각각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데올로기에 따른 영토의 분할이 이뤄졌고, 이 상황에서 소련의 팽창정책으로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이다. 이런 외적인 문제 이외에도 한반도 내부에서 일어난 좌익과 우익의 대립 역시 전쟁의 원인으로 꼽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 전쟁의 원인을 정치, 사회적인 관점에서 찾기보다 인간 자체에서 찾는 학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역사학자 중 최초로 한국전쟁에 관해 다룬 『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의 저자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박태균 교수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원인은 결국 정책결정자들“이었다고 말한다. 정치적 상황이 어떠했든, 정책결정자들이 당시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전쟁을 선택하면 전쟁이 발발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당시 군수공장이 밀집돼있던 북한은 남한보다 우수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1949~50년 남한이 미국의 원조로 경제적 안정을 찾아가자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또한 한국전쟁을 ‘실패의 연속과정’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 실패의 시작점은 북한군이 오판으로 인해 서울에서 3일 동안 머물렀다는 점이다.  처음 북한군의 생각은 서울을 점령해 국회의원들을 포섭할 생각이었으나, 이미 남한의 지도층이 모두 남쪽으로 대피했기 때문에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 작전 실패로 인해 전쟁이 끝나지 못했고, 이후 △전쟁 직후 주한미군 방어선의 몰락 △인천상륙작전에서 중부지방을 잘린 북한과 서울을 늦게 점령한 미국 △38선 이북으로의 미국의 북진 등과 같은 실패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박 교수는 이런 실패들과 관련해 “양쪽 모두 전쟁에서 실패했다는 역발상을 통해,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실패를 막고자 지난 1951년 처음으로 전쟁을 끝내려는 논의가 시작됐으나, 논의가 2년 동안 지속되면서 불필요한 소모전이 발생했다. 이 소모전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고 이는 전쟁에 따른 또 다른 실패로 해석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1953년 7월 27일 유엔군과 공산군이  전쟁의 실질적 종결을 의미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위 협정이 체결될 당시에는 ‘휴전’협정이 아니라 ‘정전’협정이었다는 점이다. 정전이 전쟁의 정지를, 휴전이 전쟁의 일시적 휴식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휴전은 정전보다 더 호전적인 표현이다. 게다가 이 협정은 체결되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한반도에 다시 전쟁을 가져오지 않도록 그 조항들이 치밀하게 짜여있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정전이 휴전상태로 변했으며 왜 전쟁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전쟁』에서는 지난 1959년 미국이 ‘한반도에 기존의 무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무기를 들여오는 것을 금지한다’는 정전협정 13조 (ㄹ)항을 무효로 선언하면서 이 협정이 무효화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고자 했는데, 감축과 동시에 핵미사일을 남한에 배치하고자 이 조항을 무효화시킨 것이다. 이런 미국의 전략으로 인해 ‘정전’은 깨졌으며, 한반도는 현재까지도 전쟁의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현재의 대학생들은 한국전쟁에 대해 뚜렷한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만약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쟁에 참여하는 이들은 20대의 대학생, 바로 우리들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한국전쟁의 내막뿐만 아니라 전쟁의 비극성, 그리고 한반도 내에서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일 ‘대학생 6.25전쟁 60주년 기념주간 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가 발족했다. 추진위는 오는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기념주간 행사에서 안보관련 포럼, 감상문과 칼럼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추진위 이유미 홍보팀장은 “한국전쟁 당시 극심했던 이대올로기 대립이 종결되고, 김정일 정권 체제가 대북 관계에 있어 새로운 관건으로 등장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이 북한과의 관계를 잘 조율하기 위해서는 먼저 6.25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쟁과 관련해 이 시대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전쟁에 대한 가능성은 망각한 채 스펙쌓기 등 오로지 자기 할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가는 우리 대학생들 자신일지 모른다.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평화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추진위 위원 김소희(한양대, 정외·09)씨의 말처럼,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전쟁의 ‘실패’를 되새겨 보는 것과 평화를 열망하는 자세가 아닐까.

 

임우석 기자 highbiz@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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