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탈이성애중심주의 문화제 ‘퀴어의 움직이는 성’(아래 문화제)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학내 곳곳에서 열렸다. 문화제 개최는 △반(反)성폭력 운동 △여학생 교육권 신장 등과 더불어 총여학생회 'speak-out'이 내걸었던 공약이다. 문화제는 이성애만이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와 관련해 탈이성애중심주의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해나가기 위해 추진됐다.

문화제는 크게 △학생회관 앞 천막전시 △영화상영 △퀴어*문화활동가 루인(가명)씨의 강연으로 구성됐다. 사흘간 진행된 천막전시에는 탈이성애중심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기고글을 게재하고, 이를 생소하게 여길 학생들을 위해 ‘이성애주의’와 ‘퀴어’와 같은 용어해설을 덧붙였다.

문화제 둘째 날에는 ‘프리헬드’를 상영영화로 선정해 사회적 제도로서 제약하는 개인의 삶과 행복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프리헬드’는 성적소수자가 의회로 대변되는 거대한 사회구조와 투쟁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지난 2008년 아카데미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문화제에 참석한 이예인(문화인류·10)씨는 “백양로에 걸린 플랑을 보고 참석했다”며 “나와는 동떨어진 얘기라 생각했었는데 이번 문화제를 계기로 ‘다름’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화제 마지막 날, 강연의 연사로 나선 루인씨는 “성에 대한 과학적 판단과 정의는 사회의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성애가 견고하고 완전한 것이라면 사회는 왜 굳이 동성애에 대한 강력한 수준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퀴어에 대한 의도적 부인과 망각은 오히려 이성애가 내재하고 있는 불완전성을 반증하고 있다”며 당연시 여겨왔던 이성애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한편, 천막전시에 활용된 전시물의 절반가량이 훼손된 채 발견돼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제 기획단 측은 “학생복지처에 CCTV 검토를 요청해놓은 상태로 검토과정이 완료되면 관련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여학생회장 최정별(철학·07)씨는 “이번에 발생한 사건은 개인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문화제를 둘러싸고 분분한 학내의 분위기를 일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천막전시는 연장하는 방안을 고안 중에 있다”고 말했다.

*퀴어: 사전적 의미로 ‘기묘한’을 뜻하나 적극적, 긍정적 의미가 더해져 모든 성 소수자를 포괄하는 용어로 발달

정석엽 기자 adio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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