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학술정보원에서 소설가 김영하씨를 초청해 ‘멀티미디어 시대의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특별강연회(아래 강연회)를 열었다. 지난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작가와의 만남’에는 학생들이 대거 참여해 연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학술정보원 최문근 원장은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학술정보원의 두 돌을 축하하고 도서관 내 장서 200만권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강연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김 작가는 강연회에서 ‘재매개(remediation)’의 개념을 통해 현 단계의 문학을 평가하고, 멀티미디어 시대에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재매개’란 앞선 매체의 특징을 빌려와서 재조직해 그것들의 문화적 공간을 새롭게 형성하는 것을 이른다. 김 작가는 구술문화에 라디오를 재매개해 조직한 ‘팟캐스트(Podcast)’를 예로 들면서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형식의 재매개를 유도해 ‘하이퍼텍스트’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를 창조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본격문학작품에 삽화를 넣지 않는 불문율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독서매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몰입에 대한 욕구와 제한받고 싶어 하지 않는 상상력으로 인해 종이책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덧붙였다. 김 작가는 “독서한다는 것은 두려움 없이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은 독서과정을 통해 처리 가능한 모델로 전환되게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작가는 “문학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열려있다”며 “문학은 거의 모든 것과 접속이 가능하며 독서의 경험은 인생 전체와 융합돼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인간성을 보존하고 개개인이 ‘자기만의 신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며 작가로서의 소신을 밝히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소설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등단한 김 작가는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필두로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강연회에 참석한 나예진(국문·10)씨는 “화려한 수상 실적으로 그저 유명한 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그의 진솔한 면을 엿볼 수 있어 인상깊었다”며 “앞으로 그의 작품을 탐독하게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석엽 기자 adio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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