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노동부는 지난 5월 14일, 근로시간면제한도(아래 타임오프)에 관한 고시를 발표했다. 이번 고시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지난 5월 1일, 노동계 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결한 내용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노동조합(아래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이 금지되고, 고시된 타임오프 한도시간이내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경우에만 유급처리 된다.

고시된 내용은 전임자 1명당 연간 유급활동 시간을 2000시간으로 정하고 조합원 수에 따라 최소 1000시간(0.5명)에서 최대 3만 6,000시간(24명)까지 11단계로 세분화해 전임자를 둘 수 있도록 했다. 구간별 전임자 수는 △조합원 수 50인 미만 사업장 0.5명 △50~99인 1명 △100~199인 1.5명 △200~299인 2명 △300~499인 2.5명 △500~999인 3명 △1000~2999인 5명 △3000~4999인 7명 △5000~9999인 11명 △1만~1만4999인 14명 등이다. 또 1만5000인 이상 사업장은 2012년 6월까지 전임자 14명에 노조원 3000명당 1명씩 전임자를 추가해 최대 24명까지 허용하되, 같은 해 7월부터는 최대 18명까지만 둘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 전임자 또는 부분 전임자가 정부가 고시한 타임오프 시간한도내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경우 근로한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전임자란 사업장내에서 사용자의 동의나 노사간 단체협약으로 근로를 면제받으면서 노조활동에만 종사하는 자를 말한다. 지금까지 전임자를 둘지 여부는 노사간 협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해왔다. 정부는 전임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1997년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고, 13년 간 시행이 유보되다가 금년 7월부터 금지되는 것이다.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법에서 금지하는 나라는 한군데도 없다. 이는 노사관계의 중요한 원칙이 노사자치의 원칙 위배이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전임자 급여지급 여부는 입법적 관여대상이 아니므로 관련 법 규정의 폐지를 우리나라에 수차례 권고했다. 현행법대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전면 금지할 경우 재정여력이 부족한 노조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되는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그야말로 세계 유래가 없는 우리식 타임오프제이다. 타임오프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외국사례를 보면 사용자가 근무시간중 보장해야 할 노조활동 시간의 최저 수준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그 이상의 근무시간중 유급노조활동 시간의 보장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급노조활동 시간의 상한을 정한 것이다. 노동부 산하 근로시간면제위원회가 의도만 한다면 얼마든지 타임오프를 낮추고 노조활동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표결은 법정 시한인 4월30일을 넘긴 5월 1일 새벽 3시에 노동계 위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표결이 이루어진 것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타임오프의 한도는 7월부터 노동부가 고시한 상한선 안에서만 전임자에게 임금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결정하는 것은 현장에 바로 적용되는 시간이 아니라, 그 상한선을 제시했을 뿐이다. 현장은 이러한 상한 범위내에서 교섭을 통해서 해당 사업장의 타임오프시간을 정해야 한다. 정부가 노사관계 현실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적게 타임오프를 고시하고, 그 시간내에서만 현장의 복잡, 다양한 노사관계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많은 문제점과 법적 논란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이 노사간 분쟁을 야기하고 지킬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 불법을 양산하는 꼴이 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역사가 그러하듯 노동법 개정투쟁을 통해서 잘못된 법은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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