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후쿠야마 "한국사회는 저신뢰사회다"

지난 5월 20일,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 어뢰로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와 별도로 국회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행한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류현걸(23)씨는 “바른 말하는 언론을 탄압하는 정부의 발표를 어떻게 믿겠냐”며 정부 측 발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것이 개인이든 정부든.

“한국은 저신뢰사회”

위의 사례에서 보여주듯 한국사회에는 불신이 만연해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프란시스 후쿠야마 학장은 자신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한국사회를 저신뢰사회로 분류했다. 이는 지난 2009년 9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사회적 자본 지수’를 봐도 알 수 있다. 이 지수는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사회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사회규범 등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서 한국은 OECD 29개 회원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개인과 정부 등에 대한 신뢰를 평가하는 항목에서는 24위였다.

굳이 사회적 자본 지수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한국사회 곳곳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퍼져있다. 배종윤 교수(사과대·국제정치/외교정책론)는 대학에 지원할 때 학생들이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고등학교 생활을 하며 소화할 수 없는 활동들을 적어오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증명서류가 동봉되는 경우에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면접을 통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입학처 관게자는 “자기소개서를 허위로 작성해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회학자나 경제학자들이 사회적 ‘신뢰’에 주목하는 것일까? 바로 사회적인 신뢰 수준이 그 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거래비용*이 높다. 하지만 공적인 신뢰가 형성돼 있는 사회에서는 타인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활발하게 경제행위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그 사회는 경제발전에 유리한 여건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신뢰와 경제발전의 관계에 대해 세계은행은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국가 신뢰지수가 10% 떨어지면 경제성장률은 0.8%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한국 신뢰항목에서 133개국 중 67위

게다가 한국사회에서의 낮은 신뢰수준이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원 수석연구원은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지난 2009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전년 대비 여섯계단이나 하락했다”며 “이것이 한국의 취약한 사회적 자본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신뢰 등에 영향을 받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 항목이 133개국 중 2008년 25위에서 2009년 67위로 하락했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신뢰수준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원론적이다. 이 연구원은 “‘법을 지키면 손해보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고,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국민과 공유함으로써 국가 중요 정책에 대한 이해집단의 지지를 획득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천안함에 가림막을 설치해 반쪽 절단면만 공개한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도 아직 멀어보인다.

* 거래비용: 각종 거래에 수반되는 비용. 거래 전에 필요한 협상, 정보의 수집과 처리는 물론 계약이 준수되는가를 감시하는 데에 드는 비용 등을 말한다.

 


허찬회 기자 ganapati@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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