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식 열려

지난 4월 8일 종로3가 피카디리극장 3관에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아래 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제출된 총 44편의 작품 중 19편이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4월 8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이중 황은주씨가 연출한 「마법의 성 움트기」가 영화제 개막작으로 뽑혔다. ?마법의 성 움트기?는 감독이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황씨는 “이 작품은 보여주려고 찍은 것이 아니라 나의 독립과정을 기록하고 싶어 찍은 것이다”라며 “졸작을 냈는데 (심사위원들이) 잘 봐줘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영화제는 준비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전에 영화제가 열렸던 인디스페이스나 미디액트가 없어지면서 장애인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제 준비예산이 부족해 다음 아고라, 네이버 해피빈 등을 통해 모금을 진행했다. 이에 약 1천명이 모금에 참여했다.

이번 영화제의 목표는 ‘매스미디어가 보여주는 틀을 깨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는 것’이다. 기존 매체에서 장애인은 보호해주고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만 그려진다. 이런 이미지를 탈피해 장애인의 삶을 ‘인권’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보다 쉽게 소통할 수 있다”며 “장애인 또는 비장애인이 영화를 보면서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영희 소장은 “‘장애인의 인권을 제대로 말하고 있느냐?’를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재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대학생들이 낸 작품들은 장애인의 모습을 기존 매체보다 더 시혜의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사전에 장애인 관련 단체를 방문하지 않는 등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생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화제 개막작을 관람한 나성채(교육·09)씨는 “평소에 ‘인권’이라는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영화제를 통해서 장애인 관련 사회제도가 미비하다는 것뿐 아니라, 내 자신이 무심하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불편한지 스스로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선영(교육·09)씨는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로 삶을 이야기하고, 일상의 호흡을 스크린에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황씨에게 “다음에 도전할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큰 도전은 없고, 하루하루를 사는 게 도전이고 전쟁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씨의 말처럼 우리는 장애인이 가족과 독립해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영화제 같은 자그마한 소통의 과정이 지속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숨통’이 트일 수 있지 않을까?

 

허찬회 기자  gamapati@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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