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인의 자녀관, 사회적 경향과는 차이 보여

‘서기 2500년,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인구가 33만명으로 감소해, 한국어도 사용되지 않는 ‘민족소멸’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저출산’이 커다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연세춘추」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연세인의 결혼관과 함께 자녀관을 알아봤다.

이상적인 자녀수는 2명

사회 전반적으로 불고있는 저출산 바람이 우리대학교는 비껴간 듯 하다. 설문조사 결과, 연세인 중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의 6.5%였다. 출산율 저하의 해결방법이 심각하게 논의되는 사회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의외의 결과다. 또한 응답자수의 절반이 넘는 57.2%의 학생이 2명의 자녀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3명의 자녀를 원하는 학생도 22.0%였다. 2명이 좋다고 답한 이준원(외문·09)씨는 “예전부터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다”며 “주변에 자녀가 두 명인 가정이 많은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사회 전체의 분위기와 상당히 동떨어진 설문조사 결과는 대상자가 ‘학생’이라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숙현 교수(생과대·가족사회학)는 “학생들은 아직 사회 현실에 민감하지 않아 수업 시간에 물어봐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다”며 “막상 결혼한 후에는 비용과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느껴 생각이 바뀌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실적인 문제가 개입될 경우 소극적인 자녀관을 보였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가 이에 민감했다.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녀가 자아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질문에는 60.3%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걸림돌이 된다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한 학생이 48.1%를 차지했다. 전체 학생의 자녀관과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산의 부담이 큰 여학생들은 자녀관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자아실현’에 더욱 무게를 두는 것이다. 아이보다 자신의 생활이 중요하다는 유한나(중문·09)씨는 “내 커리어가 안정되고, 준비가 됐을 때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부담감도 커

자녀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 가운데에서도 역시 ‘자신의 삶이 침해받을 것 같아서’의 이유가 56.0%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부담된다’, ‘사회적인 시스템이 미비해서’라는 답변도 14.7%에 달했다. 한국의 사회 구조와 경쟁적인 사교육 열풍 또한 학생들의 자녀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보다 타 선진국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다는 함윤정(노문·10)씨는 “한국은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이 너무 힘들어 자녀에게 이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오수민(사회과학계열·09)씨는 “타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자녀교육은 지나치게 과보호적인 성격을 띤다”며 “어릴 때부터 스스로 행동하는 것을 가르쳐야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사회·경제적인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인식 변화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주변 사람들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소신대로 아이를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자녀를 원한다는 결과는 사회의 전체적 경향과는 다르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이후 저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품고 있던 자녀관을 변하게 만드는 것은 불충분한 사회 구조와 부화뇌동하는 개개인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이재은 jenjenna@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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