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는 구별이 없다

“예슬아 그건 중간부분이잖아. 자, 허리펴고 다시하자”

선생님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주에 맞춰 이예슬(15)양은 클라리넷으로 「Danny boy」를 연주했다. 일반적인 클라리넷 레슨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 바로 성북구립장애청소년합주단(아래 성북합주단) ‘소리로 하나’의 개인레슨 풍경이다.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다른 장애인문화단체와 달리, 성북합주단에는 비장애청소년 6명과 시각장애청소년 9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피아노를 담당하는 초등학교 2학년생부터 클래식 기타를 맡은 20살까지, 연령층은 몹시 다양하다. 이들은 음악을 전공하려고 합주단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취미로 연주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개인레슨은 매주 1시간이고 월요일마다 2시간씩 전체합주를 연습한다. 악기는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아래 복지관) 측에서 단원들에게 대여해준다.

시각장애인이 악기를 배우는 방법은 비장애인과 약간 다르다. 일단 음악을 듣거나 점자악보를 읽으면서 악보를 다 외운다. 그리고 선생님이 악기 연주하는 모습을 만져보면서 자세를 고친다. 복정인 교사(29)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없냐”는 물음에 “소리를 크게 질러야해서 힘들다”고 답했다. 예슬이와 같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일반인에게 클라리넷을 가르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이면 어색하지 않을까? 복지관 백진희 복지사는 “처음에는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몰라서 연습 내내 악기만 만지작거렸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이들은 서로에게 경계심을 가져 매일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연주회를 거듭할수록 서로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음악을 매개체로 비장애단원과 시각장애단원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거죠”

매일 1시간씩 클라리넷을 연습한다고 하는 예슬이, 예슬이는 “제가 스티비 원더 솔로 한번 들려드릴까요?”라고 말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예슬이는 취재를 하는 내내, 수줍어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클라리넷을 불었다. 음악에는 장애와 비장애 구별이 없었다. 그 순간, 예슬이는 ‘소리로 하나’의 단원일 뿐이었다.


허찬회 기자  gamapat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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