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속의 또 다른 학교, 재활학교

 

신촌캠퍼스 내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재활학교

“한 세기 지켜온 민족의 얼” 연세대학교 재활학교(아래 재활학교)에 전화를 걸자 학교에 전화를 걸 때 항상 들을 수 있었던 익숙한 그 소리, 「연세찬가」가 귓가를 적신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재활학교는 연세 안에 있는 우리대학교의 이웃이다. 하지만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활학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박민유(경영·07)씨의 말은 일반적인 우리대학교 학생들을 대변한다. 유호경 재활학교장의 말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장애인권운동 동아리인 ‘게르니카’ 역시 재활학교와 교류를 한 적이 없다.

학생들을 비롯해 학교 측에서도 재활학교는 뒷전인 듯하다. 지난 2006년까지 재활학교는 세브란스병원 건물의 한 층만 사용해 매우 좁고 열악한 환경에 있었다. 이에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건물 신축이 결정되고 연세대학교 전체 지도에 재활학교가 표시됐다. 하지만 여전히 교내 표지판 어디에도 재활학교를 가리키는 안내판이 없다. ‘연세대학교’ 재활학교의 학생이지만 학생증이 나오지 않으며 아카라카, 연고전 등 우리대학교의 대표적인 행사에도 초대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지난 13일 열린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행사에 군포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 학생들은 참가했지만 정작 재활학교 학생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우리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재활학교지만 그 역사는 의미가 크다. 한국정부가 지체장애인 교육에 무관심하던 지난 1964년, 최초지체장애학교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재활원부설 초등학교’가 설립됐다. 이는 민간 영역의 특수교육에 앞장선 것으로서 국가적인 복지 발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청각장애 학생들을 지도하는 최종진 성서중학교장이 “장애학생들에게 있어 재활학교는 필수적”이라고 한 것처럼 재활학교가 갖는 중요성은 실로 크다.

그러나 흘러간 시간을 외면하듯 1964년에 머무른 시설은 장애학생들의 인권을 크게 침해하고 있다. 앞서 제시한 것처럼, 지난 2008년 학교를 신축했는데 이는 제 2의 개교라고 할 만큼 큰 발전이었다. 그러나 오늘. 재활학교 학생들은 다시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서 교육받고 있다. 학생 수는 점점 늘어나는데 건물이 증축되지 않아 체육실과 과학실 등 특별실을 일반 교실로 써야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강당이 없어서 입학식 등 행사를 할 때 로비에서 식을 진행해요.”라는 유 교장의 말은 재활학교의 갈 길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사의 신분보장 역시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재활학교에서 근무하는 조윤신 교사는 “세브란스에도 속하지 않고 연세대학교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 등에서 혜택을 받기 힘들다”며 안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은 “2006년의 시위에서 요구했던 것처럼 교사의 신분 보장은 학생들의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활학교 학생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 교사는 말했다.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과 선생님이 즐겁게 학습한다는 거예요.” 이 같은 선생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재활학교에 재학 중인 5학년 김경휘(12)양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서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김양의 표정은 장애가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해맑았다. 탤런트가 되고 싶다는 김양의 꿈과 얼굴에 띤 웃음을 지켜주는 것.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선 그들의 존재를 알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김정현기자 iruntoyou@yonsei.ac.kr
사진 정석현 기자 remi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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