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조건부터 혼전 순결까지, 연세인 1천 319명이 말하다

연세인들에게 결혼을 묻다
남학생 10명 중 6.5명, “결혼 후 처가살이도 괜찮다”
대학생, 배우자 선택조건 男-애정, 女-경제력
대학생 74.5%, “혼전 성관계 OK”

언론에 보도된 일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결혼의식 설문조사 결과들이다. 배우자의 조건, 처가살이와 시집살이, 혼전순결, 동거 등 결혼 전반에 대해 연세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연세춘추」가 물었다. 설문조사는 온라인으로 지난 4월 7일에서 5월 6일까지 한 달간 진행됐으며 1천319명의 학생들이 이에 답해왔다.

결혼, 필수는 아니지만 … “결혼하겠다” 91.4%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문항에 연세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는 응답이 30.4%를 차지해 가장 높긴 했으나 “매우 그렇다”에서 “매우 그렇지 않다”까지 고른 분포가 나타났다. 반면 미래 자신의 결혼 여부를 묻는 물음에는 91.4%가 결혼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랑보다 조건? 조건 아니라 사랑

그 이유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이므로”가 55.4%, “정신적 안정감”이 37.5%였다. 경제적 이유나 신분상승과 같은 현실적인 조건과 관련된 이유를 든 사람은 3.4%로 매우 적었다. “결혼은 사랑보다 조건이다”는 문항에도 13.4%만이 동의했을 뿐 55.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배우자의 조건으로는 81.9%가 인품을 택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경제적 능력을 택한 사람은 5.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커플매니저 이명길씨는 “대학생 시기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평했다. 반면 연애 칼럼니스트 임경선씨는 “정치적으로 올바르려는 태도의 반영으로 보인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취업 어려워도 ‘취집’은 NO, 자립적인 연세녀들

여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문항에서는 일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경제」의 2008년 1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취집*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여대생이 73%에 이르는 반면 우리대학교 여학생들 중 취집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비율은 17.5%에 불과했다.

설문 문항에 차이가 있긴 했으나 이외 다른 문항에서도 연세녀들의 자립적인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결혼하면 일을 그만 둔다”는 문항에는 “매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3.1%로 가장 높았으며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이는 2.0%였다. 또한 46.9%에 이르는 여학생들이 “결혼이 자아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44.8%에 달했다. “남편이 바라도 일을 그만 둘 수 없다”는 응답은 71.4%였다.

   

“주부도 괜찮다” 37.1%, 유연한 연세남들

 

 

남학생들은 고정된 성역할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결혼 후 아내가 일을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답한 이들은 8.3%에 불과한 반면 76.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아내가 능력이 있다면 내가 주부생활을 하는 것도 괜찮다”는 문항에는 43.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나 그렇다고 답한 비율도 37.1%나 됐다. 처가살이나 데릴사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도 27.4%로 나타났다. “가사는 여성의 몫이다”는 문항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3.1%를 차지해 과거에 비해 전통적인 성역할이 많이 약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배우자도 순결 여부는 개의치 않아

혼전순결에 대해서는 많은 연세인들이 관대한 태도를 취했다.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문항에 49.2%가 반대 입장을 택했고 “배우자의 혼전순결 여부는 중요하다”는 문항에는 50.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대학생들만이 아니라 실제 결혼을 하는 당사자들도 요즘은 거의 따지지 않는다”며 “일부 여전히 혼전순결 문제를 중시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점차 적어질 것”이라 말했다. 혼전 동거에는 44.0%의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12.7%의 학생들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부모님이 반대하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유보한다”는 문항에는 47.8%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20.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결혼문제에서 부모의 요구에 응한다는 것은 단순한 의견존중이나 공경과는 다르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원조 또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임씨는 이를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경향”으로 평가했다. 이씨는 “대학생들의 결혼에 대한 입장이 예전에 비해 현실화됐다”며 그 이유를 “경제위기와 취업문제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현실적인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취집 : ‘취업’과 ‘시집’의 합성어. 취업이 힘든 여성들이 취직 대신 결혼(시집)을 택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정지민 기자 anyria@yonei.ac.kr
그림 김진목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