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제도 구축없이 오로지 홍보만 열심… 주객전도 된 소속변경제도

우리대학교는 지난 2007년부터 ‘캠퍼스 간 소속변경(아래 소속변경)’을 실시하고 있다. 소속변경은 ‘기회 균등 원칙에 의거해 국내 모든 대학교의 캠퍼스 간 및 주·야간 대학 간의 소속변경을 허용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원주캠의 몇몇 학생들은 신촌캠으로 소속을 옮겼다. 그런데 4년 동안 시행된 소속변경은 제도 운용 상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는 학생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내게 필요한 정보, 어디에 감췄을까

학교 측에서는 소속변경의 단편적인 모집양식만을 공시할 뿐 정작 학생들이 소속변경을 하려고 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소속변경은 타대생이 우리학교에 편입하는 개념으로 봐야한다. 신촌캠과 원주캠은 재정의 운용이나 학교의 시스템 구축면에서 독립적이기에 ‘하나의 학교’로 표방되는 두 캠퍼스는 실상 재단만 같을 뿐이다. 우리대학교에서는 편입생 모집 시 지원자들에게 △모집인원 △경쟁률 △평가요소의 반영비율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소속변경의 경우 단지 학과의 모집 여부만이 제공될 뿐 그 외의 정보는 공시되지 않는다. 또한 평가요소의 반영비율도 정해져 있지 않다. 2010년 소속변경에 합격한 ㄱ씨는 “학과별 모집 정원이 몇 명인지, 경쟁률은 어떤지 알 수 없었고 전형을 준비할 때도 반영비율이 어떤지 몰랐다”며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원자격

1학년 과정 이상을 수료한 자로서 1회에 한해 3학년까지 소속변경 할 수 있다.

2006년 입학자부터는 3학기 이상 수료한 자로서 3학년까지 소속변경 할 수 있다.

허용범위

1, 2차 전공배정 후 입학정원이 미달된 학과에 한해 1, 2학년 제적생의 15% 내외로 선발할 수 있으며
연 1회 실시한다.
동일학과로는 소속변경 할 수 없다.

전형방법

서류심사, 면접시험 및 필요에 따라 실기 및 필기시험 부과

제출서류

(평가요소)

(1) 소속변경 지원서
(2) 성적증명서
(3) 소속변경 사유서
(4) 소속변경 후 학업계획서

전형기간

11월 말~12월 초 접수, 12월 말 면접, 1월 초 발표

기타

전형료 10만원

▲위 내용은 캠퍼스 간 소속변경전형의 주요사안이자 우리대학교가 지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다.
부가적으로 각 학과의 모집 여부도 공개된다.


이에 학사지원팀은 모집인원과 경쟁률을 공개하게 되면 이를 참고해 지원자가 특정 학과에 몰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인원을 제시하지 않았을 때 선발인원에 유동성을 줘 지원자가 없는 학과의 TO를 다른 학과에 배정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한편 “각 학과에 모집인원이 정해져있어 TO를 늘리기 어렵다”며 다소 모순되는 대답을 했다. 평가요소의 반영비율이 공개되는 것을 두고 김 팀장은 “일정한 기준을 세워 이것만으로 지원자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확한 잣대 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것 자체가 의혹을 낳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소속변경 ‘맞춤 시스템’ 부재해

소속변경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는 사실은 학생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소속변경이 도입된 지 4년이 지난 현재에도 소속변경생을 위한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다. 소속변경생을 대상으로 하는 OT도 없다. 때문에 소속변경생은 기본사항부터 일일이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 2010년 소속변경 합격자 ㄴ씨는 “편입생들을 위해 따로 진행하는 OT가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소속변경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었다”며 학교 측의 배려를 촉구했다.

학교 내부에서조차 소속변경생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세우지 못해 이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ㄴ씨는 “학점 대체문제로 학교에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찾아가는 부서마다 다른 답변을 들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정비는 뒷전, 홍보에만 열 올리는 학교

이와 같은 소속변경의 제도적 미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상당하지만 원주캠에서는 이를 묵인한 채 적극적으로 홍보에만 나선다. 지정은(경영학부·10)씨는 “실제로 소속변경을 통해 신촌캠으로 갈 수 있는 길이 그렇게 넓은 것은 아닌데 학교는 홍보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소속변경을 과장해 홍보하는 학교의 태도를 지적했다. 실제로 원주캠 홍보처에서는 한 해 전체 소속변경 TO가 40~45명가량 된다고 홍보했지만 2010년 소속변경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은 23명에 불과했다. 인원을 부풀려 홍보한 셈이다.

“소속변경에 대한 홍보가 원주캠으로 입학하는 데 다소 영향을 줬다”는 손영은(인예영문·09)씨와 같은 학생도 더러 있다. 학교의 적극적인 소속변경 홍보에 원주캠 입학을 결정했지만 2010년 소속변경에서 탈락한 ㄷ씨는 “정작 입학했을 때는 소속변경을 위한 지침도,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에서도 소속변경을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김 팀장은 “소속변경은 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하나의 마케팅 요소라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학교에서 소속변경을 부각시켜 홍보하는 점이 있다”고 밝혔다.

투명성이 보장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해

소속변경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속변경으로 인해 그간 원주캠의 입학성적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지난「연세춘추」1631호 ‘‘꾸준히’ 상승곡선 그리는 원주캠 입학성적’ 기사 참고) 또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이 소속변경에 지원하는 만큼 제도 자체가 기회 균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 제도를 보완했을 때 한층 더 부각될 수 있다. 소속변경을 둘러싼 정보의 비공개가 많아 ‘부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합격자와 불합격자 모두 “무엇보다도 소속변경에 투명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는 11월이면 2011년도 소속변경이 시행된다. 또 다시 의혹이 제기되지 않기 위해 소속변경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박혜원 기자
 lynse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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