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수 교수의 공과대학 도시공학과 교통공학 강의

아침마다 꽉 막힌 출근길, 몇 분을 기다려도 바뀌지 않는 신호등, 1차선 도로를 가로막고 답답하게 천천히 가는 트럭…. 누구나 한 번쯤은 살면서 교통의 흐름 때문에 짜증났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통 흐름의 원리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이런 짜증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우리대학교 내에서 교통의 흐름을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있다. 바로 공과대 도시공학과 전공강의인 ‘교통공학’이다.

교통공학 강의의 커리큘럼은 △교통량, 장애물과 같이 교통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교통변수 △고속도로와 같이 도로가 신호등이나 교통통제시설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연속류(流) △도로가 신호등이나 교통통제시설에 의해 통제받는 단속류 △도로 설계와 관리의 지침을 제공하는 「도로용량편람」 등으로 짜여 있다.

지난 12일의 강의에서는 커리큘럼의 마지막인 「도로용량편람」에서 고속도로의 서비스 수준을 분석할 때 경사구간에 관한 환산계수를 구하는 방법에 대한 수업이 이뤄졌다. 여기서 서비스 수준은 도로의 △통행속도 △통행자유도 △안전성 등을 고려해 도로의 질적 운영상태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서비스 수준을 구하는 공식은 여러 가지 변수들과 상수들의 곱으로 이뤄져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경사구간의 환산계수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수준을 구할 때 평지임을 가정하는데, 경사구간에서 달라지는 값을 보정하기 위해 곱해주는 것이 경사구간의 환산계수다. 이 강의를 맡고 있는 손봉수 교수(공과대·교통공학및도로공학)는 “일정한 경사구간에 관한 환산계수는 책에 나와 있지만, 현실에서 도로가 하나의 경사구간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대표할 수 있는 경사구간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올해 대대적으로 개정된 교통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손 교수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기존 ‘좌회전 후 직진’에서 ‘직진 후 좌회전’으로 신호체계가 변경된 것이다. 모든 교차로에서 직진 후 좌회전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호가 일괄적으로 바뀌어 문제가 된 것이다. 둘째는 비보호 좌회전을 확대한 것이다. 많은 운전자들이 좌회전 신호가 따로 주어지지 않아도 좌회전을 할 수 있는 비보호 좌회전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마지막으로 흔히 ‘로터리’라고 불리는 회전식 교차로의 확대 설치다. 회전식 교차로는 신호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치하기 위해서는 공간도 많이 필요하고 그 안에 차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비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대부분 유럽의 교통체계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선진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말 선진화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택시기사와 같이 직접 교통현장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교통체계를 개정해야 한국에 맞는 맞춤형 교통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강의를 수강하는 김민정(도시·09)씨는 “운전면허를 따면서 교통에 관심이 생겨 이 강의를 듣게 됐다”며 “교통과 관련된 국가사업에 관해 교수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수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손 교수가 생각하는 이 강의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이 강의가 2학년 수업, 즉 전공의 첫 번째 수업인 만큼 실무적인 내용보다는 공학인으로서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며 “실생활의 다양한 현상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도록 유도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의력이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교통신념을 갖고 이를 열정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손 교수의 강의에 한 번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임우석 기자 highbiz@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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