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마케팅과 그 음악을 선택하는 음악코디네이터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항상 듣는 클래식 음악이 당신을 집에 가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느린 템포의 음악은 소비자들의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사실이 지난 1986년 밀리만의 조사에 의해 증명됐다. 이처럼 최근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이득을 얻는 음악마케팅에 많은 기업이 주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배경음악(BGM, background music)이다.

소비자의 청각을 자극하다

배경음악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도록 하는 마케팅기법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떠올랐다. 장대련 교수(경영대?마케팅)는 “최근 다양한 수단을 통해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라며 “소비 공간과 같은 현장에서 쓰이는 음악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음악이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는 이유에 대해 장 교수는 “음악이 기업이 유도하려하는 소비자의 반응을 감성적으로 잘 이끌어내고, 기업이 갖고자 하는 그들의 인성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스타벅스사(社)다. 스타벅스사는 점포의 컨셉을 집이나 일터가 아닌 휴식 공간, 즉 ‘제 3의 공간’으로 잡았다. 이런 분위기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바로 재즈음악이었다. 매장 배경음악의 장르를 재즈로 한정시켜 아늑하고 오붓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다. 장 교수는 “스타벅스사의 음악마케팅은 과거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이성만을 신경 썼던 것과 달리 감성까지 고려한 감성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라며 “사람들이 화장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듯, 기업의 인성을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음악마케팅은 점점 보편화돼, 배경음악의 선곡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기업도 생겼다. KT뮤직의 ‘뮤직매니저’나 에이온미디어의 ‘비즈멜론’ 등은 매장의 특성이나 분위기에 맞춰 배경 음악을 골라준다. 이들 사이트는 마트, 커피전문점 등의 업종별 음악 채널을 제공하는 한편, 비오는 날, 세일기간 등 독특한 테마의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비즈멜론을 이용한다는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 매니저 윤유미씨는 “재능기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며 “테마를 선택하는 기능으로 날씨에 따라, 혹은 붐비거나 한가한 시간에 따라 선호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등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악을 골라주는 직업

이렇듯 음악이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부상함에 따라 음악을 전문적으로 선곡해주는 직업도 생겼다. 바로 ‘음악코디네이터’다. 음악코디네이터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주는 사람이다. 국내  1호 음악코디네이터로 불리는 이헌석씨는 “청자들이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고,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음악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듣고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직업”이라고 음악코디네이터를 설명했다.

음악코디네이터는 ‘선곡’이라는 단어 아래 포함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이들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음악을 선곡해주는 음악작가가 되기도 하고 홈쇼핑의 배경음악을 알맞게 찾아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 직업이 특정 분야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뢰에 맞는 음악을 골라주면 그 분야가 바로 음악코디네이터의 활동분야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정해진 활동 범위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보통 프리랜서로 음악 관련 업계에 종사하면서 그 일을 겸한다. 이씨 또한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다가 「이럴 땐 이런 음악」이라는 책을 집필한 것을 계기로, 여러 기업의 의뢰를 받아 음악코디네이터의 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는 강연, 방송출연, 음악 칼럼 집필 등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배경음악을 제공하는 업체도, 음악코디네이터라는 개념도 생겼지만, 아직 음악 업계가 세분화되지 않아 음악코디네이터가 하는 일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음악을 선곡해 주는 것이 독립적인 직업 영역으로 분리됐을 때, 무궁무진한 분야에서 음악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이야기했다.

음악은 ‘감상’이라는 심미적 취미를 벗어나 상업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왔다. 지나가는 길에 들려오는 최신 가요가 왜 하필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노래가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을 테니까.

*재능기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형태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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