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컴퓨터 그래픽스(CG) 기술

올해 상반기의 가장 큰 영화계 아이콘은 단연 『아바타』다. 전문가들은 『아바타』가 흥행을 일으킬 수 있던 배경으로 『아바타』에 사용된 화려한 3D 영상기술을 꼽는다. 경이적일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래픽 기술을 통해 『아바타』는 관객들의 자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1천3백만 관객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 『아바타』의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낸 원동력은 바로 ‘컴퓨터 그래픽스(Computer Graphics, CG)’ 기술이다.

 

 

현재 CG 기술은 크게 5가지 분야로 나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D/3D 기술 △이미지/비디오 기술 △모델링 기술 △애니메이션 기술 △렌더링 기술이 그것이다. 2D와 3D는 데이터의 표현방법에 따라 CG 기술을 분류한 것으로, 여기서 D는 차원을 가리키는 Dimension의 약자다. 2D는 화면 상의 평면적인 좌표로써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법이고, 3D는 각각의 물체가 고유한 입체 좌표를 갖고 이것을 평면적인 화면에 구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 게임들은 평면적인 화면을 활용하고 있으므로 2D 기술에 해당하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같이 시야를 회전할 수 있는 게임들은 3D 기술에 해당한다. 2D/3D 기술에 대해 우리대학교 비쥬얼컴퓨팅 연구실의 지도교수인 이인권 교수(공과대·프로그래밍언어/컴퓨터그래픽스)는 “언뜻 생각하기에 3D가 2D보다 진보한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두 기술이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상생하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3D TV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3D TV는 3D 영화와 같이 출력화면을 3D로 만드는 것인데, 3D 영화에서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3D 영상을 만드는데 반해 3D TV에서는 실시간으로 3D 영상을 만든다. 이 기술은 사람의 두 눈 거리만큼 떨어진 두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영상을 찍고, 이 영상들을 겹쳐 특수한 안경으로 보면 화면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이미지 기술은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처리하는 다양한 기술들이고, 비디오 기술은 이미지 기술을 영상에 적용시키는 기술이다. 이미지 기술로 대표되는 것이 바로 포토샵이다. 사용자는 포토샵을 통해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이미지에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미지 기술의 핵심이다. 비디오 기술은 고난이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아직 이미지 기술만큼 연구 성과가 많지 않다. 이미지 기술은 한 장의 이미지를 고치는 것이지만, 비디오 기술은 1초에 적어도 30장 이상의 이미지를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디오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 영화를 편집할 때 와이어 줄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지우는 작업도 간단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델링 기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물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한 예로 컴퓨터를 통해 설계를 할 수 있게 하는 캐드(Computer Aided Design, CAD)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쉽게 설계자가 생각하는 자동차 도면을 컴퓨터로 표현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기술은 움직이는 것들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기술이다. 우리가 흔히 애니메이션 하면 만화영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애니메이션 기술은 이보다 더 나아가 자연현상의 시뮬레이션에도 이용된다. 영화 『해운대』에서 나오는 지진해일도 실제 지진해일 영상을 찍은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렌더링 기술은 이미지의 질감이나 색채 등을 다루는 기술로, 주로 현실과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그 예로 컴퓨터로 만들어진 이미지 중에 물결의 흔들림에 따라 물에 반사된 물체를 흔들리도록 표현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나무와 돌 같은 물체들은 현실과 혼동될 정도로 표현되는 반면 유독 인간만큼은 아무리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어내도 이를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어색하게 보인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인간이 인간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실제 이미지가 아닌 인간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CG 기술은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각각의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많은 기술들이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데,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나온 ‘증강현실’이다. (지난 「연세춘추」 1630호 ‘주머니 속 증강현실, 현실을 상상으로 물들이다’ 기사 참조)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똑같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있어 CG 기술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CG 기술의 미래전망은 어떨까? 이 교수는 “현재 컴퓨터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컴퓨터가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CG 기술은 그 중에서 시각적인 부분을 담당해 현실과 똑같은 가상세계를 만들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다. CG 기술을 통해 현실보다도 더 현실 같은 세계를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임우석 기자 highbiz@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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