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 드라마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 풀 수 있어 큰 관심

“아악!” 비명소리는 백주년기념관(아래 백기관) 시청각실 밖까지 울렸다. 실감나는 연기를 위한 공연의 비명이 아니라 현실의 울분을 토하기 위한 실제 비명이었다.

지난 2일 낮3시, 백기관 시청각실에서 ‘우리의 열정, 우리는 왜 자유로운가’를 화두로 한 사이코드라마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그 막을 올렸다. 시청각실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연극에 매료된 듯했다.

사이코드라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즉흥적으로 연기하도록 하는 연극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마음속의 문제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열린 사이코드라마에서도 관객 중 한 명이 주인공이 됐다.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지원자가 많아서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주인공을 정하기도 했다.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도 모두 관객으로 구성됐다.

주인공은 ‘나의 화두’를 꺼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한국 사이코드라마 연구원장 최헌진씨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은 본인이 친정을 비롯해 시댁과 남편 모두에게서 고립된 존재라는 인식 하에서 자신을 억압하는 존재들에 대한 울분을 토해냈다. 남편, 시어머니 등의 등장인물이 모두 관객들이었으므로 허구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완벽한 감정이입으로 실제 비명을 질렀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참가자들은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기도 했는데, 이때에도 주인공은 거짓되지 않은 눈물을 흘리며 진실된 기분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이때 표출한 감정은 화풀이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에너지를 되찾기 위한 힘찬 몸짓이었다. 주인공은 한편 시어머니 등의 상대역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사이코드라마를 관람한 엄지(자연과학부·09)씨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자유롭게 참여하라는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을 느껴서 오게 됐다”며 “연극 내용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엄씨는 “주인공의 힘든 상황에 대해 최 연구원장님이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것을 보고 나 자신 역시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연극에 만족감을 표했다.

김정현 기자 iruntoyo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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