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어떤 분야를 막론하더라도 평가하고 평가받는 사회적 환경에서 대학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국의 대학들은 그간 각종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해왔다. 특히 언론사에서 실시하는 대학평가에는 우리대학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들이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사에 의한 대학평가가 “대학들에게 광고를 팔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계속 그 위세를 확장하고 대학들에 긴장을 더해가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시행주체가 누구이건 간에 대학평가의 결과에 초연할 수 있는 대학 및 대학행정가는 없다. 그래서 대학들은 대학교육의 국제화와 경쟁력 제고를 표방한 각종 슬로건 아래 평가담당부서를 따로 설치하고 평가지표에 맞춰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평가결과로 대외적인 학교홍보에만 집착하는 일부 대학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영어강의 수, 전임교수 수를 늘리는 등의 행정은 대학홍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적 강화 등 대학발전에 필요한 학사행정 및 발전전략 계획에 바탕을 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평가항목의 수치로 나타나는 결과가 정작 대학의 주요 구성원이자 하나의 주체인 학생들에겐 낯설다는 사실이다. 대학의 교육서비스에 대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평균 수준 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학발전을 표방한 그간 대학평가의 전반적인 과정이 대학당국과 교수의 주도하에서만 이뤄져 온 데에 원인이 있다. 학생은 대학평가 준비 및 시행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배제돼 왔었다.

이제 대학평가는 대학의 자율적 질 관리와 책무성 강화를 목표로 추진되는 ‘대학자체평가’로 그 패러다임이 대폭 전환된다. 그간의 타율적 평가에서 대학의 자율적 시행에 의한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자신의 대학이 공개한 정보공시 내용에 근거하여 학생 부문을 포함한 대학평가에 능동적 참여자의 자세로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대학평가 과정에서 소외돼 왔던 입장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바라는 실제 대학의 본질적인 모습과 대학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 할 수 있는 토의의 장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변화에 대응하여 대학교육이 처해 있는 문제의 본질을 밝히고, 대학의 구성원들과 토론 및 논쟁을 실천하기 위한 일부 대학인들의 ‘대안대학평가’는 그 하나의 방향으로 인식된다.

대학평가를 포함해 대학교육 전반에 걸쳐 예전의 소극적 관심 및 낮은 참여에서 벗어나, 대학의 다양한 언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학생들의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이 어떻게 어느 정도 변화됐는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결과자료의 축적조차 없었던 한국의 대학이 변할 수 있다. 이제 대학발전의 미래 모습은 학생과 학교 모두가 위의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행하는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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