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2월,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과 교보문고는 업무 제휴 협약을 맺었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내 상업화 반대를 이유로 재검토를 요청했고, 논의를 거쳐 오는 6월에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 대학 내 상업화는 이미 다른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대학교와 가까운 이화여대의 경우 ECC에 영화관, 커피 전문점 등이 입주해 있으며 서강대의 곤자가 플라자에도 브랜드 서점, 커피 전문점 등이 들어와 있다. 우리대학교도 아워홈, 그라지에 등과 업무 제휴 협약을 맺으며 어느정도 상업화가 이뤄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연세인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연세춘추」 사회부는 ‘학내 상업화’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찬반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찬성 측에 김철석(법학·04)씨, 박한빛(정보산업·08)씨, 김혜진 기자가 반대 측에 최지수(정외·08)씨, 나성채(교육·09)씨, 김정현 기자가 참여했다. 사회는 연세춘추 유수진 사회부장이 맡았다.


사회 - ‘학내 상업화’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을 밝혀 달라.

한빛 - 우리대학교의 경우 생협이 현재 학교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계속 생협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가격, 직원의 친절도, 맛 등에 대한 학생들의 개선요구가 있어왔다. 하지만 생협이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학내 상업화 논의는 부분적인 상업화이기 때문에 만약 외부 업체가 입점하게 되면 생협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외부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생협은 개선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협은 학생들의 개선요구에 응하지 않아왔다. 외부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생협은 개선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성채 - 현재 생협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생협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외부업체가 들어온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생협의 입지를 줄여가는 방향보다는 생협 운영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윤추구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과 달리 학생들의 복지 등의 측면에서 생협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혜진 - 생협이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엔 생협이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저렴한 가격인 것 같다. 상업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스타벅스 같은 고가의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상업화가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질적으로 좋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기업을 유치하면 되지 않겠나?

지수 - 외부 업체를 선정하는 곳은 생협 이사회다. 생협 이사회는 학생, 교수진 그리고 학교 당국이 참가한다. 생협 이사회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학생이 이사회의 1/3이 되지 않는다. 교수진의 의견을 중립이라고 가정한다면, 학교 측이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 측은 학생의 편의를 고려하기 보다는 학교재정에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학생의 선택권은 보장되지 않을 것 같다.

“학생들은 생협의 조합원이기 때문에 생협 측에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외부기업에는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정당성이 없다”

철석 - 연세대학교 생협이 2007년도에는 140억, 2008년도에는 150억의 순이익을 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중소기업 정도의 이익인데, 이런 이익이 어디로 갔는지 학생들은 제대로 알 수 없다. 외부 업체, 예를 들어 슬기샘에 교보문고가 들어왔다고 하면 마일리지나 할인제도 등 눈에 보이는 편의가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편의가 학생들을 위한 복지가 아닌가?

성채 - 생협은 최소한의 운영을 위한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자본금을 축적하기 위해서 이익을 추구한다. 그리고 생협의 경우 이익금을 학내에 순환하는데 비해, 기업의 이익금은 모기업으로 넘어간다. 따라서 생협이 기업에 비해 복지의 성격이 강하다.

지수 - 게다가 항상 기업이 가격 측면에서 싼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학관에서 살 때는 10% 할인을 받은 원서가 있었는데 교보문고에서는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할인이 안됐다. 이런 점을 볼 때 생협이 외부업체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한빛 - 가격뿐 아니라 서비스도 고려해야 한다. 상업화를 하는게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다고 할 수 있는데 생협은 열고 닫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학생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수 - 하지만 학생들은 생협의 조합원이기 때문에 생협 측에 오픈시간을 십 분 일찍 당겨달라고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외부기업에는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정당성이 없다.

철석 - 우리는 소비자로서의 권리 또한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으로서 학생의 권리보다 소비자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권리가 더 크다. 조합원의 권리보다 소비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학생이 더 많을 것 같다.

“외부업체가 들어오면 마일리지나 할인제도 등 눈에 보이는 편의가 증가할 것이다. 이런 것이 학생들을 위한 복지가 아닌가?”

성채 - 소비자의 권리는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보다는 좀 더 소극적인 권리라고 생각된다. 생협에 불만이 있을 경우엔 직접 가서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때문에 생협에 좀 더 강력하게 권리를 피력할 수 있다.

“이윤추구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과 달리 학생들의 복지 등의 측면에서 생협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또한, 생협은 싼 가격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생협은 현재 연대, 자치, 자유, 협력 등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는 대학입학 이전까지 이러한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런 기능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정리 허찬회 기자 ganapati@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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