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개구쟁이 소년들의 모험을 그린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가 옷을 바꿔 입고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린 『왕자와 거지』…. 마크 트웨인은 이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동화를 많이 쓴 동화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동화 속에는 그보다 더 깊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유쾌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은 문학을 추구했던 마크 트웨인, 과연 그는 누구인가?

 

 

풍자를 통해 미국사회를 그려내다

마크 트웨인은 1835년 미국 중서부의 미주리 주에서 새무얼 랭혼 클레멘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그는 4살 때 미시시피 강 주변으로 이사를 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이는 그의 많은 작품들에서 미시시피 강이 중요한 무대로 설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은 11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잃고 인쇄소 견습공으로 일하기 시작해 22살 때부터는 수로안내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마크 트웨인이 중서부 지방에서 출생했다는 사실은 미국문학의 흐름을 바꿔 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가 태어나기 이전까지 미국문학의 중심지는 뉴욕과 뉴잉글랜드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였다. 동부의 문학작품들이 고상하고 고전적이었던 데 반해, 중서부의 문학작품들은 해학적이고 대중적인 측면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 트웨인은 저급문학으로 평가됐던 중서부 지방의 문학을 미국문학의 중요한 한 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동부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미국문학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뀌었다.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톰 소여의 모험』(1876)이나 『왕자와 거지』(1881)와 같은 마크 트웨인의 초기 작품들에서는 그의 해학적인 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작품들에서 그는 다양한 해학적 요소들을 사용해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왕자와 거지』에서 그는 옷을 바꿔 입은 왕자 에드워드와 거지 톰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묘사함으로써 부질없는 권력을 풍자하는 재치를 보여줬다.

현대 미국문학의 돌연변이, '허크'

마크 트웨인의 중기 작품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톰 소여의 모험』의 속편으로 1884년에 발표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현대 미국문학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 한 권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했을 만큼 이 작품은 미국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소설의 주인공인 14살의 백인 소년 허크는 주정뱅이 아버지와 과부 더글라스 밑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아버지가 그를 가두고 매질하려 하자 허크는 집에서 도망쳐 나왔고, 더글라스의 여동생 집에서 도망친 흑인 노예 짐과 함께 미시시피 강을 따라 뗏목을 타고 모험을 하며 우정을 쌓게 된다. 이렇듯 마크 트웨인은 자유인으로서의 의식을 가진 허크라는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미국사회의 위선과 부패를 통렬히 풍자했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집필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허크와 짐은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남쪽으로 도망가는데, 당시 미국 남부는 노예제가 성행했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허크와 짐이 인종을 초월해 우정을 이어나가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런 모순을 작품에 풀어내는 과정에서 원래 마크 트웨인이 의도했던 바와 소설이 멀어지고 그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노예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시기에 백인과 흑인 사이의 우정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당시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허크는 미국문학에서 보기 드문 순수함을 지닌 인물로 등장하는데, 마크 트웨인은 순수함을 지닌 허크의 눈을 당시 사회의 모순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사용했다.

인간을 사랑하고 싶었던 마크 트웨인

마크 트웨인의 후기 작품들에서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인간의 대한 염세적인 태도도 나타난다. 1889년 발표한 과학소설 『아더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는 근대 미국 기술자가 어느날 깨어나 보니 중세에 와 있다는 내용으로, 마크 트웨인은 이 소설을 통해 근대사회의 기계문명과 동시에 중세 유럽의 기독교 문화까지 비판한다. 이런 비판들이 결국 인간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생애 후기에 이와 같이 인간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게 된 마크 트웨인을 두고 양석원 교수(문과대ㆍ19세기미국소설)는 “그는 인간에 대해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갖고 싶어 했지만, 그 애정과 신뢰가 너무 컸던 만큼 실망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교수는 “그러나 마크 트웨인은 인간의 대한 애정과 신뢰, 그리고 실망을 결국에는 모두 유머로 승화시킨 작가”라고 말했다.

마크 트웨인은 말년에 “미국을 발견한 것은 멋진 일이었지만, 그 옆을 그냥 지나쳐 갔더라면 더욱 멋졌을 것이다(It was wonderful to find America, but it would have been more wonderful to miss it)”라고 말했다. 비록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조국을 이토록 냉철히 풍자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에 나서기를 망설이지 않았던, 마크 트웨인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임우석 기자 highbi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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