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계명은 오간데 없고, 단 하나의 계명만이 거기 적혀 있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 조지 오웰 『동물농장』 中

 

 

많은 사람들에게 조지 오웰은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탈린 체제 하의 소련 사회를 우화로 풍자한 조지 오웰의 대표작 『동물농장』을 읽고 조지 오웰을 반공주의자로 오인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농장』은 공산주의가 아닌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고,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를 지지했던 사람이다. 격동의 삶을 살며 평생을 사회체제에 대한 고민으로 보낸 조지 오웰, 올해 사망 60주기를 맞아 그를 되돌아본다.

어두운 시대에 인간을 생각하다

조지 오웰은 1903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에릭 블레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리처드 블레어는 인도의 공무원이었는데, 후에 조지 오웰이 비판한 제국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줬던 인물로 조지 오웰과 평생 마찰을 빚으며 살았다. 조지 오웰은 두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고,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명문 사립중등학교 이튼스쿨을 졸업한 후 그는 아버지가 있는 인도로 돌아가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경찰로 근무하면서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추악한 모습을 목격하고 그에 혐오를 느낀 조지 오웰은, 경찰 생활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그만두고 영국으로 들어와 글 쓰는 생활을 시작한다.

영국에서 힘들게 글을 쓰며 살아가던 조지 오웰은 1937년에 영국 북부 공업지대의 실업자들에 대한 의뢰를 받고 수필집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출간한다. 그는 이 책에서 사회주의가 아닌 전체주의가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과, 이런 현실을 자아낸 사회주의자들의 모순된 행태를 비판함으로써 사회주의자로서의 의식을 처음으로 표출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로서 공화파를 지지하기 위해 참전했던 스페인 내전에서 조지 오웰은 전쟁의 참혹한 비극을 목격하게 되고, 전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전쟁의 비극을 담은 르포 문학 『카탈로니아 찬가』를 이듬해인 1938년 발표한다.

이후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조지 오웰은, 세계를 전쟁이란 비극에 몰아넣은 전체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1945년 『동물농장』을 발표한다. 『동물농장』의 대부분의 번역서들이 ‘반 전체주의’를 ‘반 공산주의’로 오역하는 우를 범하긴 했지만, 독재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동물농장』을 통해 세계로 전해진다. 조지 오웰은 1947년 그가 갖고 있던 미래에 대한 회의감을 어둡고 충격적으로 묘사한 『1984』를 출간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1950년에 사망한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빅브라더’

『1984』의 배경인 1984년의 지구에는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결과로 유라시아,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3개국만이 남는다. 오세아니아의 외부당원인 윈스턴 스미스는 개인의 모든 행동을 감시, 통제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에 살면서 일기를 씀으로써 그 사회에서 정신적으로나마 탈출하고자 한다. 그러던 그가 겉으로는 당을 지지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한 여인 줄리아를 만나면서 변하게 된다. 줄리아와 열렬하지만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그녀의 영향을 받은 스미스에게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생겨나고, 내부당원인 오브라이언을 만나 당에 반대하는 비밀모임인 ‘형제단’에 가입한다. 하지만 오브라이언은 스미스를 잡기 위한 함정에 불과했고, 스미스는 사상범들을 잡는 사상경찰에게 붙잡혀 온갖 고문과 세뇌 끝에 다른 사상범들과 마찬가지로 당의 수뇌부인 ‘빅브라더*’를 지지하게 된다. 하지만 스미스는 빅브라더의 정체를 아는 자는 말살돼야 한다는 당의 지침을 빌미로 끝내 총살을 당하고 만다.

현대판 빅브라더의 가능성

조지 오웰이 말한 ‘1984년’이 지난 지도 벌써 25년이 흘렀다. 그의 예측과는 다르게 전세계에 국가들은 많아졌고,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 같다. 그렇다면 조지 오웰이 예측한 미래는 틀린 것인가? 『1984년』에서 빅브라더는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한다. 텔레스크린과 마이크로폰, 사상경찰 등을 통해 사회 곳곳을 감시하면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사생활을 침해한다. 또한 빅브라더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쉽게 과거의 기록들을 모두 왜곡하며, 적국에 대한 증오를 이용해 인간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조지 오웰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비현실적인 이 디스토피아*의 세계가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1년 일어났던 ‘9.11 테러’ 이후 ‘애국법’을 제정해 시민들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제약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미디어법 개정과 공영방송 장악을 통해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어쩌면 26년 전 조지 오웰은 21세기의 ‘현대판 빅브라더’를 미리 예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빅브라더: 『1984』에서 비롯됐으며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또는 그런 사회체계를 가리키는 용어.

*디스토피아: 유토피아의 반대어로 정부에 의한 억압이 만연한 부정적인 세계를 가리킨다.

 

임우석 기자 highbiz@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