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다큐멘터리 돌풍, 아마추어 다큐도 매력 만점

“고3 때는 다큐멘터리를 봐도 재밌다”
마음껏 놀지 못하는 고3 시절을 추억하며 하는 우스갯소리다. ‘고3’이라는 극적 상황이 되지 않는 이상 다큐멘터리(아래 다큐)는 재미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루하다는 인식이 강해 대중과는 멀어보였던 다큐였다. 그러나 최근, 다큐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얼마 전 TV 다큐 사상 최초로 20%대의 시청률을 돌파한 MBC 다큐「아마존의 눈물」은 지난 3월 25일에 영화로도 개봉했다. 「아마존의 눈물」을 비롯한 소수의 작품이 세간의 주목을 집중적으로 받았지만, 다큐의 인기는 2~3년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지난 2008~2009년에 방영된 KBS 다큐「누들로드」는 DVD와 책으로 출시됐고, 1999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MBC 스페셜』은 「휴먼다큐-사랑」 시리즈를 시작으로 거의 매회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작품성과 완성도를 지닌 다큐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고, 최근에는 눈에 띄게 대중성을 살린 작품도 등장했다. 존 조스트 교수(커뮤니케이션 대학원?영상학)는 “극적인 면이 부족했던 과거의 다큐에 비해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 주연 배우를 겸하는 감독 등 대중의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 많아졌다”며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는 경향이 좋다고만은 볼 수 없겠지만 사람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다큐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소를 소재로 한 다큐다. 「아마존의 눈물」을 비롯해, 북극의 자연을 통해 인류의 환경 파괴를 이야기한 MBC「북극의 눈물」과 인류 역사상 최고(最古)의 교역로인 차마고도의 모습을 담은 KBS 「차마고도」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강상현 교수(사과대·커뮤니케이션 이론)는 “TV방송의 다큐물은 역사, 자연 현상에 대한 심층 영상취재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좋은 장르”라며 “사람들이 흔히 가보지 못한 장소에 카메라가 찾아감으로써 대리경험을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다큐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다큐제작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도 커졌다. 다큐제작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큐라는 매체 자체가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아마추어라도 자신만의 다큐를 만들어 낼 수 있어 대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연세영상제작센터(Yonsei Visual Arts Center, 아래 YVAC)에 다큐를 제작하는 학생들이 여럿 모여 있다. YVAC의 김호수(신방?08)씨는 “학생들은 인포다큐*를 많이 찍는다”며 “학생이라 도움을 받는 것이 쉬울 때도 있는 반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다룰 때는 전문성과 신뢰도가 떨어져 어려운 점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김씨는 지난 총학생회 선거의 ECOCO 선본에 동행해 그들에 관한 다큐를 촬영했고, 현재 편집과정에 있다. 다큐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 김씨는 “현실을 영상으로 담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성과물은 대회 출품작이 되거나 YVAC 상영제, 여러 대학생 영상제 등에서 상영된다. 이처럼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한 만큼, 각자가 하고 싶은 형식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 김씨는 “얼마 전 방송했던 『MBC 스페셜』의 「치킨」은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데다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내 인상깊었다”며 “감성적이고 잔잔한, 사람들이 가볍게 볼 수 있는 다큐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마존이든, 우리가 매일 다니는 학교든, 카메라 렌즈를 통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세계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펼쳐지는 것이다. 다큐가 왜 재밌냐고? 바로 이 세계 어디에선가 실제로 존재하는 ‘진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포다큐: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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