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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12월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발표한 ‘청소용역 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아래 인권위 보고서)’에 따르면, 미화노동자들은 폐지를 수거해 판매하거나 가을에 떨어진 은행열매를 판매한 수입으로 부족한 식비를 보충했다. 우리대학교도 이와 마찬가지로 각 건물마다 미화노동자들이 폐지를 수거·판매해 식대로 이용했다. 하지만 폐지수거업체가 들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 미화노동자는 “1995년 3월까지는 일년에 2~3번씩 수고비 명목으로 1인당 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후 폐지수거업체는 미화노동자들에게 수고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우리대학교 미화노동자들이 지난 22일 민주광장에서 권리 보장을 위한 선전전을 갖고있다.

김 분회장은 “미화노동자가 분리수거를 해서 폐지를 박스에 담아 정리하면 폐지수거업체가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폐지수거업체에서는 말 그대로 수거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연세대분회는 폐지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업무에 대한 일종의 수고비를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용역업체 중 하나인 동서기연의 윤상훈 차장은 “현재 계약서의 작업시간 내용란에 ‘폐지 및 쓰레기는 분리수거해 지정장소에 모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교의 사례는 어떨까? 덕성여대의 경우 지난 2009년 12월에 덕성여대 분회가 5일동안 파업했다. 이를 통해 분회는 임금 인상, 해고자 복직 등을 얻어냈다. 폐지와 관련해서는 분회가 폐지를 수집해 팔고 수익금은 분회차원에서 쓰는 것으로 합의됐다.


화장실을 개조해 휴게실을 만들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2007년도 인권위 보고서에 따르면 근무하는 장소에 간이시설을 만들어 휴게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장은 34.2%밖에 되지 않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적절한 휴게공간을 마련하라”며 “인간적 처우 개선책을 계약조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렇다면 지금 각 미화노동자들의 쉼터는 어떠할까?

김 분회장은 “우리대학교의 휴게실은 그래도 몇 년 간의 노동조합활동으로 인해 타 사업장의 비해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에는 건물당 하나씩 휴게실이 있으며, 새로 생긴 곳의 경우 냉난방 시설이 돼있다. 하지만 지난 1월 27일에서야 노동조합이 생긴 이화여대는 휴게실 시설이 열악하다. 이화여대의 경우 본래 화장실로 쓰이던 곳의 변기를 뜯어낸 다음, 타일만 깔아 휴게실로 제공하고 있는 곳도 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장성기 사무국장은 “노조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리자 학교에서는 3군데 정도 시설을 개선하는 공사를 시작했다”면서도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기본적인 냉난방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들은 노조 출범 선언문에 휴게실을 이렇게 묘사 했다. “한겨울에도 쥐가 다닐 것 같은 휴게실에서 찬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게 현실이다”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를 보장하라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8일에 세계여성의 날 102돌을 맞아 3·8 세계여성의 날 공동기획단이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미화노동자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진행됐다. 이와 더불어 공공노조는 “회사가 미화노동자들의 탈의와 휴식을 위한 휴게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안을 각 사업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공공노조차원에서 이화여대분회를 시작으로 미화노동자 근로환경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비는 그쳤지만,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최근 ‘100분 토론’에서 한 패널이 “우리나라에 실질적으로 밥 굶는 학생이 어디있습니까?”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밥은 먹고 다니겠지’, ‘의식주는 다 지켜지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화노동자들은 계단 밑, 혹은 화장실 옆 휴게실에서 차디찬 도시락을 먹으며 일을 하고 있다.

비는 그쳤지만,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미화노동자들이 거리에 섰을 때 바람은 유독 거셌다. 날은 따뜻해지지만 휴게실은 여전히 차다. 하지만 봄이 다가오면서 따뜻한 연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조정신청 : 사측과 노조 측 양 당사자간의 합의가 되지 않을 때 노동위원회에서 노동쟁의에 대한 알선·조정·중재 등을 받는 것


허찬회 기자 ganapati@yonsei.ac.kr
사진 정석현 기자 remi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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