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부터 2009년 말까지 축구 심판 11명에게 2천여만 원을 제공한 혐의

지난 18일 2009년 9월 진행된 정기 연·고전(아래 연고전) 당시 고려대학교 축구팀 감독이 심판을 금품으로 매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고려대 축구팀은 연고전뿐만 아니라 여러 축구 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연고전 이틀째에 우리대학교 축구팀은 고려대학교 축구팀에 2대1로 패해 3년 연승 행진을 멈춰야 했다. 하지만 당시 연고전 축구 경기가 끝난 후 심판의 판정에 의문을 보인 학생들이 많았다. 후반 28분경 고려대팀 선수가 우리팀 선수에게 거친 태클을 걸었지만 심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우리대학교 축구팀 신재흠 감독은 우리대학교 남준재 선수(공격수·10)에게 경고를 준 심판 판정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말까지 축구 심판 11명에게 2천여만 원을 제공하고 ‘경기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며 선수단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려대 축구팀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고려대 축구팀 감독은 공금 횡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 축구협회도 고려대 축구 감독과 해당 심판들에 대한 중징계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 축구협회는 고려대 축구팀 감독과 해당 심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 위해 상벌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대한 축구협회의 상벌 규정에 의하면 금품 수수는 무기한 자격 정지까지 받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한편, 고려대 축구팀 감독이 저지른 비리가 ‘우리나라 학원체육의 상황에 빗대어 보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학교를 비롯한 중·고등학교 운동부 감독들은 매년 학교와 새로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선수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매 경기의 승패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 축구팀 신 감독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경기 실적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퇴출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감독은 “감독들이 처한 상황도 좋지 않지만, 축구 심판들도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에 비리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축구 감독들과 심판들의 처우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수 기자 idesi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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