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입학’의 의미는 각 사회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만으로 대학졸업생과 같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에서 대학입학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대학입학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하여 각 대학이 자율성을 가져야 할 신입생 선발은 대한민국 수립 이후 정부에 의해 가장 강력히 규제되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학입학은 정부가 시행하는 시험점수 순으로 결정됐고, 사회는 이를 공정한 기준으로 받아들였다.  

얼마 전 권영길의원은 전국 주요사립대학의 합격생 중 외고생 비율을 공개했다. 언론에서는 우리대학과 고려대학이 경쟁적으로 외고출신 신입생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우리대학 신입생 중 외고 비율이 높다면 그것은 그간 국민들이 공정하다고 인정한 ‘점수 위주 선발 방식’의 결과물일 뿐이다. 수시보다는 수능성적이 주요 평가요소인 정시에 외고 출신 신입생이 더 많이 합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대학입학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는 ‘점수 위주 선발 방식’이고, 외고생 비율은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에서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진 대학입학 시스템은 이제 많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대학입학이 개인의 능력보다는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어 더 이상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점수위주의 학생선발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인재양성에 부적합하고 사교육만을 양성할 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에 따른 개선된 입학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대학입학사정관제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국민적 합의보다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집행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대학도 점수위주 학생선발의 문제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올해는 수시전형의 비율을 80%까지 확대하고 논술, 내신, 면접 등 여러 요소를 활용하여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수시전형 중 ‘진리자유전형’에서 전국의 다양한 고등학교 학생이 선발됐다. 문제는 다양한 전형요소에 따라 전국 각지의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없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사립대학의 신입생 선발은 개인의 평등권을 현저히 침해하지 않는 한 대학이 전적인 재량을 가진 행위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대학을 포함한 전국 대학은 공정성 문제로 대학입학기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여 왔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대학에 좀 더 많은 재량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을 믿음을 가지고 보아야 할 때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재량을 부여하는데 주저하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다양한 배경의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는데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대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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