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생태에 대해 생각하다

“4대강, 그게 우리 삶과 무슨 연관이 있죠?” ‘대학생 4대강 현장답사: 우리들의 강과 물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하여(아래 답사)’를 앞둔 이들에게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이항진씨가 던진 첫마디였다.

4대강 정비 사업(아래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생태복원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다목적 녹색뉴딜사업이다. 이 4대강 사업현장 중 남한강과 낙동강 일대를 둘러보는 답사에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동행했다.

첫 번째로 찾은 장소는 주말임에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여주 강천보 현장이었다. 4대강 사업 중 한강살리기 사업 6공구에 해당하는 강천보 현장에서는 보* 설치를 위해 포크레인으로는 땅을 파고, 인부들은 크레인을 동원해 오탁(汚濁)방지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공사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은 푸른빛의 물이 흐르고 있는 반면, 공사 중인 부분은 흙탕물로 혼탁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남한강은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현장의 이런 모습은 매우 위험해보였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이항진씨가 남한강의 공사 전 아름다웠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공사 전후 극명히 달라진 남한강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단체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가 지정한 대한민국 제 1의 절경 여주 바위늪구비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4대강 사업 공사로 이곳저곳이 파헤쳐진 바위늪구비에는 그곳에만 살던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도 공사로 인해 뽑혀나가고, 뒤늦게 붙은 ‘단양 쑥부쟁이 서식지’라는 팻말만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아직 4대강 사업의 손이 미치지 않은 내성천을 찾았다. 공주대 환경교육과 정민걸 교수는 “한강은 인간의 손이 닿아 이미 변질된 반면, 낙동강, 특히 내성천은 아직까지 상류에도 모래사장이 있을 만큼 강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깊이가 얕고 유속이 계속 변해 여울이나 소 같이 물에 끊임없이 산소를 공급하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생물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내성천에 도착해 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시멘트로 정비된 한강만 봐 오던 우리에게 내성천의 모습은 너무도 낯선 풍경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을 지나 강가로 다가가면 입자가 고와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김소월 시인의 시 「엄마야 누나야」 중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랫빛, 뒷문에는 갈잎의 노래’라는 구절이 그제야 마음에 와 닿는 듯했다. 모래사장에는 노루나 수달 같은 동물의 발자국도 많이 보였다.

이런 ‘강의 원형’이 보여주는 황홀한 풍경에 빠져 계속 걷고 있을 때, 지율 스님이 말을 꺼냈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 내성천도 곧 생길 댐으로 인해 변하게 될 거에요.” 올 10월 나올 예정인 마스터플랜에 의해 내성천도 개발되면, 우리가 한강의 지금 모습이 한강의 본 모습인 줄 알듯, 우리의 후손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정비된 낙동강의 모습을 낙동강의 본 모습으로 여길지 모를 일이었다.

이튿날에는 본격적으로 낙동강을 돌아봤다. 구담보, 구미보, 칠곡보, 상주보 등 여러 보*가 건설되는 현장과 아직 파괴되지 않은 강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상주보 건설현장에서는 강바닥을 좁히고 정비하기 위해 강 한쪽의 흐름을 막고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바로 옆 조감도에 쓰여 있는 “맑은 물의 회귀… 생동하는 낙동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어 방문한 해평 습지에서 4대강 문제는 단순히 물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철새들과 수달, 멧돼지 등 많은 동물의 발자국이 부지 조성을 위해 쌓아 놓은 모래언덕 옆에서 위태로워 보였다. 지율 스님은 “4대강 사업은 단지 포크레인 몇 대가 공사하는 문제가 아닌, 생명의 그물을 건드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 역시 “흙을 퍼내는 것은 단순히 보이는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을 들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답사를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소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북대 윤선후(정외·05)씨는 “과 특성 상 시사 이슈에 대해 토론을 많이 해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이성적 훈련은 돼 있었지만 정서적 공감은 없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연을 직접 만나고 느껴보니 자연 환경 보존에 대한 간절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4대강 문제는 단지 경제적 손익과 관련된 문제가 아닌, 우리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생명의 삶과 연결된 문제였던 것이다.

*보: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하여 소규모의 둑을 쌓고 흐르는 냇물을 막아 두는 저수시설.


김연 기자 periodistayeon@yonsei.ac.kr
자료사진 지속가능한 청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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