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지역의 주거문제를 진단하다

거창에서 우리대학교에 온 변승록(사회과학계열·09)씨는 지난 2009년부터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기숙사 추첨에 선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대학교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지만 이들을 수용하기에는 기숙사가 턱없이 작다. 고시준비생과 운동선수 등 특수한 경우를 뺀 일반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무악1·2학사의 경우 정원은 996명이다. 연세인을 2만 명이라고 가정한다면 5%도 채 되지 않는 수치다. 더군다나 우리대학교 기숙사는 정원의 70% 이상을 신입생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재학생이 기숙사에 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기 때문에 기숙사 선발에서 탈락한 신입생과 대부분의 재학생들은 학교밖으로 떠밀려 신촌 주변에서 열악한 주거 생활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다들 집세 50만원씩은 내잖아요”

신촌 대학가의 주거비용은 월 4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대학생의 신분으로 부담하기에는 버거운 가격이다.<표1 참고>신촌에서 자취생활을 2년째 하고 있는 김정아(정외·09)씨는 “주거비용은 부모님께 기대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주거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전세의 경우 약 23m²(7평형)의 방이 5~6천만원 정도 하고 월세는 보증금 1천만원에 4~60만원정도다. 고시원 또한 화장실 유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35~45만원 선이다. 하숙집의 경우 전년 대비 5만원정도 상승해 4~50만원정도 한다. 그럼에도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창신부동산에서 만난 차종만씨는 “학기가 시작한 지금도 하루에 두세 명씩 집을 보러 올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서문 하숙촌에서 만난 하숙집 아주머니도 “요즘 남는 방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외면’만 성형, 주거도 사회 반영?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시설이 좋은 것은 아니다. 주거시설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집주인들은 굳이 시설을 개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싼 주거비용을 지불하고도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서문에서 하숙을 하는 황지선(교육/국문·08)씨는 “방한시설이 열악해 외풍이 심하다”며 “추운 겨울엔 난방이 잘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고시원도 마찬가지다. 변씨는 “신촌에 위치한 고시원에 살면 소음 때문에 불편하다”며 “내가 살던 고시원은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지하1층의 단란주점 소리까지 들렸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변씨는 “고시원이 번화가 주변에 있기 때문에 밤이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주거시설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높지만 시설이 개선되는 경우는 드물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내부 공간의 질적 향상이 요구되지만 일부 건물주들은 외관만 리모델링하는 등 학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투자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자취방, 하숙, 고시원의 시설이 열악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서문 부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김효진(생물·09)씨는 “깔끔하지 못한 주변 환경보다도 치안이 잘 돼있지 않아 문제”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촌이 번화가지만 원룸이 위치한 주택가에는 가로등이 많지 않고 인적이 드물다”며 “혼자 자취하는 여성으로서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서문 주변 주택가에는 경찰서가 없다. 신촌역에 신촌치안센터가 있지만 원룸과 하숙집이 밀집한 부근과는 멀다. 가끔 순찰차가 돌지만 그것으로 학생들의 두려움을 달래기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돈, 몸, 마음 모두를 버리게 하는 집

윤정숙 교수(생과대·주거환경)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대학생들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지속되면 두통과 소화불량 등의 건강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의욕상실과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서는 적당한 태양열과 빛이 필요하며 통풍이 잘 돼야 한다. 하지만 대학생 주거 형태의 대부분은 건물 간에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더불어 방의 절대적인 크기가 작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으로 정해진 일인가구 최소주거면적은 방과 부엌을 합쳐서 12m²이다. 여기에 화장실과 현관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그 면적은 더 커진다. 그러나 대학생 주거는 이와 같은 최소한의 여건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집 내 집 뿐이리.’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동요 ‘즐거운 나의 집’의 가사다. 대학생들도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고향같은 집에서 쉴 권리가 있다. 이 동요와 신촌 내 주거환경이 일치하는 점은 ‘집이 작다’는 점뿐이다. 학생들이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본업인 학업에 온전히 충실하기 위해서는 기숙사 증축이나 새로운 형태의 주거형태 제시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하루 빨리 ‘즐거운 나의 신촌 집’이 생겨나길 바라본다.


김정현 기자 iruntoyou@yonsei.ac.kr
사진 정석현 기자 remi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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