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김자애(노문/경제·08)씨는 한울샘에서 일한다. 학생들이 몰려오자, 상품을 진열하려 바쁘게 움직이지만 한 몸 가눌 여유가 없다. 김씨는 “이럴 때는 평소 좁던 공간이 더 좁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사례 2. 청경관이 어느덧 한산해지고 김아무개씨는 좁은 창고에 서 있다. 바쁜 시간이 지나가면 적당히 대기할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처럼 우리대학교에는 교내 행정부처, 도서관,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 매장, 수영장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근로 장학생들이 있다. 근로 장학생들의 근무 조건은 맡은 근무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인 조건은 유사하다. 근로 장학생의 근무 시간은 해당 부서와 조율하고, 장학금은 2회에 걸쳐 지급된다. 장학금 액수는 120시간 기준으로 70만원이므로 약 5천 8백원의 시급을 받게 된다. 근로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관련 서류 제출과 직전학기 성적 평량 1.75이상 등의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지원자가 근로 장학생이 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켰다면 우선 근무하는 부서에 근로 장학생 선발권이 주어진다. 해당 부서에 우선권을 주는 이유는 부서에서 이미 일에 숙달된 학생을 계속 고용하면 새로 업무 교육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어 능력 보유자, 야간근무 가능자 등 특수 조건의 학생을 맞춰 선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부서에서 선발하지 않을 시 학생복지처의 장학취업팀이 선발을 대신 맡는다.

그러나 이에 몇몇 학생들은 선발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학생들은 근로 장학생을 지인을 통한 소개로 선발하고 있다는 의혹과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에 장학취업팀 김기준 과장은 “지인을 통한 선발은 있을 수 없다”며 해당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여전히 근로 장학생 선발에는 기회 균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실제로 한 학생이 3학기를 연달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근로 장학생은 기타 아르바이트에 비해 학내에서 근무한다는 것과 최저임금을 넘는 시급이 주어진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다. 경쟁률이 높은 만큼, 일부 학생에게만 선발 기회가 집중되는 현상에는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지난 2009학년도 1학기부터 근로 장학생은 출근부를 직접 작성해야 한다. 이에 ‘개인이 작성하기에 불편하다’ 혹은 ‘임의로 적어 넣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 과장은 “출근부를 월별로 담당자의 일지와 대조해 보기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이후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시점에 근무 평점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다음 선발 심사에 참고 자료로 쓰인다.

생협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생협 근로 장학생의 경우 생협 근로자들과 같은 근무 환경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무 시간 중 시간이 남으면 편히 쉴 공간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은 눈에 띄지 않는 좁은 창고 등에서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다. 생협 김민우 부장은 “휴식 공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생협 근로자 역시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함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청경관 등 생협의 매장 내 공간에는 1~2개가량의 의자가 놓인 좁은 창고가 있다. 이 장소는 근로자와 근로 장학생의 유일한 휴식 공간이다.

또한 시험기간에 근무 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여태까지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협의해 시험 기간 동안의 근무 시간을 조정해왔다. 그러나 학생들 모두가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 시험 기간에 충분히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는 곤란하다. 애초에 제각기 다른 시험 시간표를 가진 것 외에도 근무 시간 교환이 개별적인 부탁이라 강제성이 없었다. 이에 시험 시간 바로 전까지 근무를 하는 등 시험 준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김 부장은 “학생들에게 시험이 중요한 것을 알기 때문에 4월부터 6월까지 생협 직원들로 학생들의 근무 시간을 대체하려는 계획이 있었다”며 “그러나 급여 등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해 시험 시간을 배려하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근로 장학생은 학교의 행정 업무를 돕는 노동자이다. 때문에 행정 업무의 편의와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숙련된 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로 장학생 제도는 학생이 학교에서 일하며 학자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학생 복지의 측면 역시 가지고 있다. 이에 근로 장학생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노동자로서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근로 장학생은 교내에서 아직은 학생이지만 근무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냉정한 사회의 환경보다, 아직은 따뜻한 현실을 꿈꿔본다.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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