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타인의 피해도 배려해야

시백이는 교수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노트북을 켠다. 수업이 시작되자 워드로 필기를 하고 와이섹에 게재된 자료를 참고하며 수업을 듣는다. 윤기에게 녹음기는 필수다. 지루한 강의가 계속되자 꾸벅꾸벅 졸던 윤기는 결국 골아떨어진다. 수업이 끝나고 깨어나 녹음기를 확인한 윤기. ‘헉. 녹음버튼 대신 정지버튼을 눌렀잖아! 이거 독강인데 어떡하지?’

‘추억의 386컴퓨터부터 오늘날의 최첨단 스마트폰까지.’ 전자기기와 역사를 함께해 온 현재 대학생들은 일명 ‘디지털세대’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전자기기를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전자기기 사용이 자연스레 삶 속에 녹아있다. 그래서 현재 대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전자기기를 활용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빈번하게 쓰이는 노트북과 녹음기를 꼽을 수 있다.

강의 중에 한 학생이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고 있다.

종종 수업 중에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김기윤(정외·06)씨는 “노트북을 활용하면 빠르게 필기할 수 있고 인터넷을 이용해 강의 도중 생기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수업 도중 잠깐의 인터넷 서핑 등으로 졸음을 쫓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는 “과도한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 등 유희거리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렇다면 수업 중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교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비교정치’ 강의를 하는 신명순 교수(사과대·비교정치)는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영학과 문상일 강사도 “수업중에 노트북을 사용하면 필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자료 활용이 용이하다”며 “노트북 사용을 권장한다”는 입장이다. 

한 학생이 노트북을 펴 놓고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노트북 사용이 금지된 수업도 있다. 노란(경영·09)씨는 “지난 2009년에 수강했던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시간에 담당교수님이 노트북 사용 금지령을 내렸었다”고 기억했다.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 등 수업과 관련이 없는 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다른 과목을 강의하는 김아무개 교수도 “강의를 할 때 노트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 교수의 예상대로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활용하지 않는 학생들의 입장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김성진(정외·09)씨와 전현진(정외·09)씨는 “노트북을 쓰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눈길이 가고 쉽게 산만해지기 때문에 피해를 본다”며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표했다. 이어 전씨는 “수업시간 중 노트북을 켜고 딴 짓을 하는 경우가 많아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타자 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트북과 더불어 자주 쓰이는 녹음기의 경우, 김아무개 교수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녹음기를 사용하면 수업에 충실하지 않아도 나중에 다시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정주(스포츠레저·09)씨도 “녹음기를 사용해봤는데 나중에 다시 듣지도 않았고, 수업시간에 집중이 안됐다”며 녹음기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더했다.

이 같은 다양한 입장에서 알 수 있듯 요즘 대학생의 ‘디지털세대’라는 수식어가 수업 중 전자기기사용의 적절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네 ‘생각대로 하라’는 한 통신사 광고처럼 ‘네 생각대로’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전자기기를 활용할 자신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전자기기의 늪에 빠져 수업에 충실하지 못할 본인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정현 기자 iruntoyou@yonsei.ac.kr
사진 정석현 기자 remi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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