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 보단 경제적 부담이 큰 입학식, 관련 예산만 3억 7천

우리대학교를 포함한 몇몇 대학교의 등록금 인상과 더불어, 입학금 인상과 호화 입학식 논란이 매일같이 언론에 등장했다. 논란 속에서 우리대학교는 잠실 실내체육관(아래 실내체육관)에서 입학식을 열었다. 깃발 아래 줄지어 늘어선 신입생들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학부모에게선 어딘지 모를 조심스러움이 엿보였다. 실내체육관 밖에서는 KBS가 호화 입학식을 취재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든 기자는 총학생회(아래 총학)를 찾고 있었다.

신입생 OT 비용 3억 7천만원 책정 …
모호한 입학식 예산 내역 문제돼

입학식이 실내체육관에서 열리기 시작한 지난 2009년과 2010년 자금예산서에 따르면 신입생 OT 항목에 총 3억 7천만원이 지출됐다. 입학식 비용으로 추정되는 이 항목은 지난 2008년 예산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는 2009년 예산부터 추가된 것이고, 학교는 2009년 입학식을 실내체육관에서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록금이 2.5% 인상된 2010년의 입학식은 다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총학과 학교는 세 차례의 등록금책정협의위원회를 통해 등록금 인상에 합의했다. 어려워진 학교 재정 상황 속에서 총학과 학교가 고통 분담을 논할 때 입학식이 포함된 신입생 OT 비용은 3억 7천만원이 쓰였다. 연고전 행사에는 4억 4천만원이 든다. 공학인증제도(ABEEK)에는 신입생 OT 비용과 같은 3억 7천만원이 들고 셔틀버스 운행은 2억 9천만원이 든다. 또한 학교가 공개한 자금예산서에는 입학식 관련 항목이 모호하게 명기돼 있다. ‘입학식’으로 명시된 항목이 존재하지 않고, 단지 신입생 OT로 묶여있어 입학식 예산의 규모를 짐작하기 힘들다. 게다가 신입생 OT 역시 여러 항목으로 나뉘어 큰 틀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자세한 용도는 짐작만 가능하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신입생 OT 관련 예산에서 실내체육관 대관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의외로 낮다.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서는 “실내체육관은 1일 대관료가 96만 6천원이고, 1인당 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며 입학식 당일 대관료로 지불한 비용을 346만원 정도로 밝혔다. 입학식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 항목은 기념품과 초대가수, 무대장비 등으로 추산된다. 학생복지처 관계자는 “기념품을 싼 단가에 구입하기 때문에 실제 큰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입생 정원은 4천여명이다. 양면 캘린더의 단가가 5천원에 불과하다고 해도 2천만원이 든다. 테디베어 박물관에서 공급받는 테디베어는 시중에서 최소 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결국 기념품을 주는 것만으로도 예산지출이 상당하다. 화려한 레이저쇼와 유명 초대가수, 무대장비의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부총학생회장 권지웅(기계·07)씨는 “기존에 연예인 3팀이 오는 것을 학생복지처(아래 학복처)와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가 의견을 조율해 결국 1팀이 왔다”고 밝히면서 “학교측에서 입학식 예산을 공개하지 않아, 중운위원과 총학은 관련 비용의 규모를 잘 알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입학금 역시 등록금 재원으로 취급돼

학부모 김태준(51)씨는 “공지된 입학금이 생각보다 비싸 당혹스러웠다”며 “100만원에 육박하는 입학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또 어떤 절차를 밟아 수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10년 우리대학교 입학금은 등록금과 동일하게 2.5%가 인상됐다. 입학금 역시 등록금 재원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예산팀 관계자는 “입학금은 특정 목적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에 등록금으로 취급된다”며 인상 이유를 밝히고 “물론 그 금액이 신입생 OT와 신입생 교육관련 비용에 상당하지만 등록금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입학금은 입학식 비용으로만 쓰이는 금액이 아니다. 실내체육관에서 입학식을 열기 전에도 입학금은 비슷한 규모로 책정됐다. 지난 2008년의 입학금은 99만 3천원 이었고, 2010년의 입학금은 100만 800원이다. 2009년부터는 2008년의 예산에 고스란히 3억 7천만원의 지출이 추가된 셈이다. 반면 예산팀 관계자는 올해 학교의 예산 상황에 대해서 “이번년도에 사업 예산을 많이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체 예산이 적자로 시작했다”며 “학교의 운영을 위해서는 국고보조나 기업 기부금 등의 불특정재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입생은 관객에 불과한 입학식

입학식은 모두가 흥겹게 어울려 연세인으로 거듭나는 자리라고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 입학식이 진행되는 동안, 신입생들은 무대를 바라봤다. 가끔 자신의 단과대가 호명되면 선배를 따라 환호했다. 이후 다시 무대와 스크린을 번갈아 봤다. 초대가수로 인기그룹 2NE1이 나오자 하나둘씩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동영상과 사진을 번갈아 찍고는 함께 온 부모님을 돌아봤다. 학부모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권씨는 “입학식은 총학 OT도 포함된 개념으로 여겨 중운위 차원에서 적극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가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했었는데 학교측과 타협 끝에 결국 초청가수가 왔다”고 말했다. 학복처 관계자는 “기존의 노천극장 입학식은 시작 후 30분도 지나지 않아 추운 날씨로 학생들이 거의 빠져나갔었다”며 잠실 운동장에서 열리는 입학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따뜻한 실내체육관에서 신입생들은 연세인의 자세를 배웠다. 돈을 내고, 자리에 앉고,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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