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의 의의와 한계 그리고 나아갈 방향은?

 

우리나라의 문학상들, 문제는 없는가?

지난 2000년 이상문학상 대상에 선정된 이인화씨의 『시인의 별』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전년도 8월부터 당해 7월까지 발표된 작품만을 추천작으로 한다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데다가, 심사위원들이 수상자와 긴밀한 관계라는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주최 측인 문학사상사는 음모라며 맞섰지만, 이상문학상만큼 대표성이 큰 문학상이 없기에 이에 대한 논란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문학상에 대한 문제의식은 제대로 공론화되기 힘들었다. 문학상의 수혜자가 되는 문인 당사자들이 문학상을 비판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상업화로 본질 흐려진 문학상

문학상에 대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문학상의 상업화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대학교 정명교 교수(문과대·국문학)는 “우리나라에서는 문학상이 작품집 출판 등을 통해 주최 측의 상업전략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문학상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다 보니 상금이 지나치게 높아진 경향이 있고 이는 문학상을 순수한 영예로만 바라보는데 방해가 된다. 작가들이 문학상에 ‘군침’을 흘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여 년 간 상당한 문학상 수상작들이 작품집으로 출간되고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독자들은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맹신하고 사 보게 됐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 독자들 사이에 문학상을 받지 않으면 아예 그 작품을 음미해 보지도 않는 나쁜 풍토가 생겼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문학계 내부에서도 노력을 보이고 있다. 문학상 작품집 출판이 문학의 상업적 이용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기존에 출판된 작품들만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대안적 방식을 취하는 문학상들이 생긴 것이다.

문학상, 질보단 양?

하지만 이런 문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학상의 상업화로 인해 문학상이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문제가 파생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하는『문예연감』에 따르면 200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문학상의 수는 200여 개에 이른다. 불과 2년 전인 2006년과 비교해 봐도 약 30%나 증가한 수치다.

매년 가장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표창함으로서 문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문학상의 본래 취지를 생각하면 문학상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문학상의 지나친 양적 팽창은 오히려 문학상 수상작들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문인이나 문학전문가의 수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문학상의 개수가 많아지면 각각의 문학상 주최 측에서 심사위원단을 꾸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김윤식 명예교수(서울대․한국현대문학사)는 한 해 평균 2~3개의 문학상 최종심사를 맡고 있는 등 이미 한 심사위원이 여러 문학상을 심사하는 것은 문단에서 관행이 됐다. 이는 선정 과정에서의 신중함을 떨어트려 문학상 수상작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는 문학상의 심사에 보다 신중하기 위해 심사위원단이 투표를 하고 협의를 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H씨상(H氏賞)의 경우, 약 12권의 후보 시집을 심사위원들이 한 달 정도 검토한 뒤 심사위원회를 열어 4번의 투표를 시행한다. 투표를 하면서 후보 시집들을 제외해가기 때문에 남은 후보 시집에 대해서 더 깊게 논의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장르 담을 수 있어야

한편 우리나라 문학상이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높은 문학적 완성도뿐 아니라 대중성을 확보한 중간 문학적 작품의 발굴을 취지로 제정된 대한민국 뉴웨이브문학상 1회 수상자 유광수 교수(학부대)는 “새로운 문학상들이 제정되는 것은 분명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문학계는 포용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980년대 제정된 ‘추리문학상’은 상 제정만으로 비난을 받았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회에 걸쳐 ‘과학기술창작문예’라는 이름으로 SF 중․단편 창작물에 대한 시상도 있었지만 폐지됐다. 유 교수는 “수준 낮은 판타지가 나오는 것은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수준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판타지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작품에 대해서 잘했거나 못했다는 평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장르마다 전혀 다른 글쓰기 프로세스가 존재하므로 그 자체로 인정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문학 장르가 고루 발전하기 위해 애정이 담긴 ‘진짜’ 비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학의 존재 이유와 의의를 되새긴다는 문학상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문학상이 문학 외적인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 보다 신중한 선정 과정 속에서 다양한 색깔의 문학을 포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문학상들을 기대해본다.

 

김연 기자 periodistayeon@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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