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지난 1월 소설가 박민규씨의 단편소설 「아침의 문」이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선정됐다. 박씨는 지난 2006년을 제외하고 2004년부터 계속해서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지만 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침의 문」은 동반자살과 미혼모라는 파격적인 주제와 함께 극적인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살려내는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동반자살을 하려다 실패한 남자는 편의점에서 점원 일을 하고 있는 여자와 마주친다. 친절하던 여자가 사실은 아이를 밴 채 세상에 불만을 품고 사람들을 ‘괴물’로 여기고 있었다는 반전이 일어나면서 극적인 긴장감이 고조된다. 갈수록 죽음 의지가 약해지는 남자와 세상에 대한 반감이 늘어나는 여자가 만난 순간부터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서로 다른 건물의 옥상에서 각각 죽음과 탄생을 준비한다. 하지만 목을 매달고 죽으려는 남자의 ‘넥타이’와 곧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타원형의 문’이 겹쳐지면서 결국 죽음과 탄생이 하나로 연결된다.

박씨는 2003년 등단할 때부터 「지구영웅전설」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에서 참신한 소재를 제시해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동안 80년대를 다뤘던 우리나라 문학들이 대부분 정치적, 사회적 코드를 중심으로 사회를 비판했다면, 이 두 작품에서는 일본, 미국의 대중문화에만 빠져있던 우리나라 문화를 중심으로 사회를 비판했다. 박민규의 이러한 사회비판 정신은 작품을 거듭하면서 더욱 날카로워졌고, 2006년 『핑퐁』에 이르러서는 “인류의 구조는 공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탁구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내린다. 이런 허무주의 속에서 「아침의 문」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사회에 대한 그의 희망을 드러낸 작품이다.

심사위원이었던 김윤식 명예교수(서울대․국문학)는 “「아침의 문」은 ‘낯설게하기 기법’을 통해 독자가 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효용감을 극대화 하면서도 박씨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살려낸 작품”이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데뷔할 때부터 참신한 주제와 독특한 문체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만들어나갔던 박씨는 「아침의 문」으로 부조리한 현실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그 속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이상이 1930년대 우리나라 문학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처럼 박씨도 이번 문학상을 계기로 우리나라 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기 바란다.

 

임우석 기자 highbiz@yonsei.ac.kr
자료사진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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