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동안 이어져 온 나눔운동의 원동력을 찾다

신수지(21)씨는 아침 일찍 청량리 ‘밥퍼’를 찾았다. 밥퍼의 일과는 아침 8시부터 시작해 낮 1시가 넘어 끝나기 때문이다. 고된 일과동안 열심히 일하며 “직접 만든 음식을 노인들이 맛있게 먹어주시는 것이 보람 있다”고 말하는 신씨의 얼굴에는 영하의 추운날씨에도 밝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밥퍼’에서는 하루 평균 25명 정도의 봉사자들이 함께 일한다. 이들은 밥과 반찬을 직접 만들고 배식준비를 하며 활동을 시작한다. 배식은 아침 11시 부터다. 급식소 테이블은 일찍부터 찾아온 어르신들로 만원이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급식소 문밖으로 길게 줄을 서 있다. 급식 배식판은 봉사자들의 손에서 손을 거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전달된다. 많은 사람들이 밥퍼를 찾기 때문에 배식과 설거지는 동시에 진행된다. 낮 12시 30분, 배식이 끝나면 식사 후 청소 및 뒷정리를 하고 마무리 인사를 하며 봉사일과를 마친다.

식사를 하기 전, 다함께 손을 모아 기도를 한다.


‘밥퍼 나눔 운동’은 지난 1988년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 역전에서 쓰러진 노숙자에게 라면을 나눠주며 시작됐다. 1990년에 라면공동체가 만들어지며 여러 단체의 협력도 이뤄졌다. 그로부터 5년 후 조그마한 식당을 마련해 밥을 나누기 시작했다. 현재는 매일 5백명 이상의 도시빈민들에게 따뜻한 밥을 나눠주는 큰 단체로 성장했고 부산과 목포,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까지 운동이 확장됐다. 이러한 밥퍼 나눔 운동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20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지만 여전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밥퍼를 찾고 있다. 이마트에서 근무하는 강수경(29)씨에게 밥퍼 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씨는 “매번 회사 팀원들과 함께 밥퍼를 찾는다”며 “날씨가 많이 추웠던 것 말고는 봉사가 힘들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밥퍼에서는 서로 나누는 모습을 배울 수 있어 주위에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봉사자들이 열심히 배식을 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봉사활동을 하러왔다는 서민성(15)군은 “평소 아버지가 봉사활동 하는 것을 보며 체험을 결심했다”며 “새로운 경험이 보람차고 시간이 되면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밥퍼에는 영세민, 노인들이 하루 평균 560명 정도 찾아온다. 지난 2009년 12월 28일의 메뉴는 어묵국과 비엔나소시지, 콩나물, 김치, 시금치무침이었다. 급식소를 계속해서 찾는 많은 사람들은 이 소박한 급식을 세상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고 돌아갔다.

인천 부평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 밥퍼를 찾은 이혜옥(84)씨는 “노인들과 같이 먹는 것이 좋다”며 “밥 먹을 돈이 없어 오는 것이 아니라 놀러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인들 중에서는 외로워서 오는 사람이 많다”고 살짝 귀띔했다.

박희목(75)씨 역시 “2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밥퍼에 왔다”며 “봉사자들이 친절히 대해줘서 좋다”고 했다. 근처에 살고있다는 한 영세민도 “밥도 맛있고 잘 대해줘 자주 찾는다”고 밥퍼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이처럼 혼자 지내기 적적한 노인들과 하루 한 끼 해결하기도 힘든 영세민에게 추운 겨울, 이 같은 따뜻한 밥은 큰 위로가 된다.

밥퍼나눔운동본부 김래홍 간사는 “12월은 봉사자들 수요가 많아 매일 3~40명 정도 봉사하러 오신다”며 “방학을 맞은 학생, 가족들이나 기업체에서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또한 김간사는 “봉사하러 오는 학생들은 주로 확인서를 찾는다”며 “확인서 발급을 위한 봉사도 좋지만, 활동을 통해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얻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추운겨울 많은 이들의 뱃속, 마음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밥퍼. 소박한 반찬도 어느 진수성찬 부럽지 않은 것은 많은 봉사자들의 정성이 깃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봉사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까. 나의 작은 노력으로 얻어질 타인의 행복함, 그것에서 느끼는 보람이야말로 자신에게 주는 크나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올겨울, 나에게 그 무엇보다 값진 선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혜진 기자 2every1@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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