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앞둔 '2말 3초' 08학번이 터놓는 솔직담백 연애 이야기

참가자(왼쪽부터) 이씨(철학·08): 연애경험 1회, 현재 3년째 연애중천씨(경영·08): 연애경험 3회, 현재 솔로 오씨(경제·08): 제대로 된 연애 경험 무 ,현재 솔로이씨2(사회·08): 연애경험 3회, 현재 2개월째 연애중

사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일부러 ‘2말3초’의 위기감을 느낄 법한 08학번들로 모아봤다. 곧 크리스마스인데 연애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지?

이씨(아래 이):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08학번 남학우들은 군대에 가야한다는 게 더 큰 압박인 것 같다.

천씨(아래 천): 연말엔 솔로인 친구들끼리 모여 놀기로 했다. 다들 포기한 것 같다.

오씨(아래 오): 비슷하다. 싱글들 사이에 있다 보면 위기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일상 속 만남의 기회

사회: 누군가 만나려고 하면 보통 어떤 방법들이 있나?

이씨2(아래 이2): 소개팅 사이트를 이용해본 적이 있다. 5천원을 내고 연락처를 하나 얻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 싱겁게 끝났다.

오: 헌팅을 여러 번 받아봤다. 나도 호감이 가면 번호를 줬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 좋게 끝난 적은 없었다. 정말 내가 자기 이상형이라서 들이대는 게 아니라, 누구든 쉽게 만나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보여 별로였다.

이2: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헌팅, 남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거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30초만에 호감을 얻어내야 하는 거지. 그런 ‘쪽팔림’을 무릅쓰고 그래도 말을 걸어보는 건데 그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 않을까.

이: 주위에 헌팅에 열 올리는 애들이 몇 있는데 그 친구들을 봐도 호감이 가는 낯선 사람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보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사회: 같은 수업이나 조모임을 통해 사귀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수업 시간에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오: 보통 마음에 두고 지켜보기만 하지 실제로 친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2: 나는 다가가 본다. 처음 사귄 친구도 수업에서 만났다. 같은 수업을 듣게 된 친구의 친구였는데, 내가 먼저 다가갔다. 카페에 가자, 살 게 있는데 같이 골라 달라, 이런 식으로.

일동: 용기 있다.

이2: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천: 보통 연애하려면 남자 많은 동아리에 들어가라고들 하는데….

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안 생기더라. (일동 웃음)

연애는 대학생의 의무?

사회: 대학생이면 모름지기 연애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그 때문에 딱히 연애를 하고 싶지도 않은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줄 안다.

오: 그런 무언의 압박이 분명히 있다.

천: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는데 분위기에 떠밀려 연애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생기면 하는 거지.

이2: 하지만 대학생활에서 연애만큼 강렬한 에너지가 나오는 게 없다. 연애가 필요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체로 친구나 동아리 등 다른 에너지원이 있다. 하지만 연애를 한 번 경험해보고 나면 다시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연애를 권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다들 그런 연애의 ‘효용’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이: 전적으로 공감한다.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많이 둥글둥글해졌다고 느낀다.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타인인 이상 둘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서로 조금씩 맞춰가는 거다. 연애는 사람을 변하게 한다.

이2: 사귀면서 여자친구가 천사가 아니라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연애를 하다 보면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시점이 있다. 내 기준이나 원칙을 깨는 한이 있더라도 함께 가야 하나, 아니면 그냥 그만둬야 하나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함께 가기로 결심하는 것, 즉 서로 힘들고 부딪치더라도 갈등을 풀어가려 하는 것, 난 그게 ‘쿨한 연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상황에서 미련 없이 탈탈 털고 헤어지는 걸 ‘쿨하다’고 하더라.

사회: 모두 ‘쿨한 연애’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천: 나 역시 진짜 쿨한 건 그렇게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게 아니라 상대의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인배의 연애랄까.

오: 내가 생각하는 쿨한 연애는 ‘밀고 당기기’ 같은 계산 없이 감정에 솔직한 거다. 좋아하면 그 감정을 여과 없이 다 보여주고, 반대로 마음이 식었을 때도 솔직히 말하고 끝내는 거지.

연애는 평등, 계산은 불평등?

사회: 데이트할 때 비용은 어떻게 부담하나. 이것도 연애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실질적인 문제일 것 같다.

이: 나는 처음에는 내가 다 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친구와 터놓고 얘길 해보니 계속 혼자 내게 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하더라. 정확히 반으로 나누진 않고 내가 밥 사면 여자친구가 영화 보여주는 식으로 번갈아 낸다.

천: 나는 반반씩 부담해서 데이트를 하더라도 돈을 모아 남자친구 지갑에 넣어서 남자가 다 내는 것처럼 했다. 여자가 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기도 하고 남자 위신도 살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 않나.

이2: 나는 쿨하게 돈 내는 여자 멋있던데. 난 남자든 여자든 어떻게 내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내면 된다고 본다.

오: 그래서 연하 만날 때는 내가 내는 편이었다. 사실 나도 누가 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친구들이 주위에서 남자가 더 내는 게 맞다고 부추기는데, 이걸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여자니까 보호받고 싶다는 심리가 ‘돈 내는 문제’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아닐까.

08학번 네 명이 모여 연애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사회: 결혼과 연애의 관계에 대해선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연애가 곧 결혼으로 이어진다고 보는지.
오: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연애하는 거 아닌가. 나중에 결혼하겠단 생각이 없고서야 연애도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2: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한 TV프로그램을 보다가 여자들이 연애할 남자, 결혼할 남자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걸 알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결혼할 사람은 따로 있다면 지금 옆에 있는 남자친구는 뭔가.

천:  오히려 남자들이 놀 여자, 결혼할 여자 구분해서 만나지 않나. 여자들은 남자를 만나면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어떨까 늘 상상해본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을 원하는 것 같다.

사회: 그렇게 되면 또 경제력 문제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지 않겠나.

이2: 겨울방학에 여자 친구가 붕어빵 장사를 해보자고 해서 같이 했었다. 경제력과 무관히, 이렇게 나와 뭔가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연애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거 아닌가.

“여자의 연애는 드라마, 남자의 연애는 포르노”

사회: 대학생들의 연애를 이야기하면서 성(性)의 문제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이2: 맞다. 남자 대학생의 99.9%는 연애할 때 그 문제를 덮어놓을 수가 없다. 섹스를 전제하고 가지 않으면 연애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오: 난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주의다. 집안 자체가 보수적이기도 하고.

이2: 남자친구가 요구한 적 없나. 어떻게 하나.

오: 눈을 피하면서 분위기를 바꾼다. 그런 상황을 피하는 편이다.

천: 남자친구가 말도 안하고 거칠게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싸대기’를 날려줬다. 양방의 합의가 있다면 괜찮지만 갑자기 그러면 어떡하나.

오: 여자들의 경우 좀 보수적이다. 대체로 말은 사랑하면 잘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하는 건 꺼리는 것 같다. 음담패설은 종종 하지만 자기 얘긴 안 한다.

이2: 여자들이 더 보수적인 이유는 자고 난 다음에 소문이 나거나 그걸로 인해 공격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사랑해서 한 거고 자신이 거기에 대해 당당하다면 문제없지 않나.

천: 아무리 자신이 떳떳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한다면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사회: 자고 난 뒤에 남자들의 태도가 변할까봐 걱정해서이기도 하다. 섹스 뒤에 관계에 변화가 있었나?

이: 오히려 더 친밀해졌다. 연애의 긴 연장선상에 있는 하나의 과정이지 최종 목적이나 단계로서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이2: 나도 마찬가지. 연애에서 섹스란 초의 ‘심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가 없으면 불이 붙지 않지만 과도하면 다 타버리지.

 

정지민 기자 anyria@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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