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학의 역사와 논점 … 수사학을 통해 배우는 설득력 있는 말하기 방법

소통과 토론,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두 가지 화두다. 소통이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돼 주목받았다면, 토론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성숙해 가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집단의 결정을 도출해 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소통과 토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주로 ‘언어’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토론도 일종의 소통을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언어를 통해 타인을 설득하고 그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언어를 통해 상대방을 설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나『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교실』 과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런 고민은 기원 전 200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이 고민이 학문으로 발전한 것이 바로 ‘수사학’이다.

수사학은 청중을 설득하는 것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각각의 특정한 상황에서 유용한 설득의 수단들을 찾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수사학을 최초로 정의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의 정의 역시 수사의 초점을 ‘설득’에 맞춘다. 로마시대 최고의 웅변가 키케로 또한 “최고의 웅변가는 말로 청중에게 알리고, 청중을 기쁘게 하고, 청중을 울리는 사람이다. 알리는 것은 의무이고, 기쁘게 하는 것은 경의를 표하는 것이며, 울리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함과 동시에 청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설득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곧 수사학의 목표가 된다. 현대 학자들도 수사학의 핵심이 설득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과거의 화자 중심의 말하기 체계에서 벗어나 의사소통 방법의 일환으로 수사학을 파악하고 있다. 즉 고대의 수사학이 화자를 가장 강조하는 일방향적 설득 과정에 초점을 뒀다면, 현대의 수사학은 청자에 강조점을 두는 쌍방향적 의사소통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말하는 방식이냐, 말의 내용이냐

수사학의 구성은 크게 말하는 방식인 ‘문체’와 말의 ‘내용’으로 나뉜다. 문체와 내용의 관계는 수사학의 역사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내용에 해당하는 진리나 지식을 수사학이 말재간을 통해 동요·왜곡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진리나 지식 자체가 수사학에 기초한 토론을 통해 형성되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그것이다. 플라톤이 전자의 대표적 인물이라면 키케로는 플라톤보다 좀 더 현실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두 사람이 이상적 인간 유형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드러난다. 플라톤이 보편적 지혜를 가진 철학자를 이상적 인간 유형으로 삼는다면, 키케로는 보편적 지혜와 동시에 웅변술을 갖춘 실천적 정치가를 이상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역사적으로 철학과 수사학 사이에 분쟁이 있어왔지만 키케로 역시 훌륭한 웅변의 조건으로 보편적 지혜와 방대한 지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적인 웅변가는 대단히 많은 사물에 대한 지식을 획득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이것 없이 그냥 나오는 말의 흐름은 공허하고 경멸스러운 것이 되기 때문이다”라는 키케로의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수사학에서 논하는 말하기 지침은 무엇일까? 전통적 수사학에서는 수사학의 규범으로 △발상 △배열 △표현 △발표 △기억을 제시한다. 여기서 발상이 관련 쟁점들을 정리하고 화자의 주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는 과정이라면, 배열은 말하는 내용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키케로는 “생각에는 고유한 배열순서가 있고, 말에는 특정한 구조가 있어서 표현의 리듬과 유연한 흐름에 영향을 끼친다”며 이를 설명하고 있다.

준비와 연습만이 살길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어떤 말하기 방법이 필요할까? 서강대학교에서 ‘토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강의를 진행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도원영 강사는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된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며 효과적인 말하기의 조건으로 △주제에 대한 이해 △논점 및 쟁점 분석 △자료 조사 및 분류 △토론 개요서 작성 등을 제시했다. 또한 녹화된 자신의 발표 모습을 분석해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말하기 능력 증진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소통과 설득 수단으로 역할하고 있는 말하기. 시대에 따라 말하기의 방식과 내용은 달라졌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상대방과 효과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말하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라는 것이다.

김규민 기자 memyself_i@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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