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대 입술을 열어 말하라

“여성들이여, 두 입술을 열어 함께 말하라.”
프랑스의 한 여성학자가 했던 이 말은 학내 여성언론 『두입술』의 모토이기도 하다. 아직 창간준비호를 포함해 세 권밖에 책을 내지 않았지만 학내에서 『두입술』의 인지도는 꽤 높은 편. 보기 편한 크기에 예쁜 디자인, 거기에 참신한 내용까지 담겨 있는 잡지라 인기가 많다.
“우리대학교에 여학생들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97년 말부터 산고를 겪었던 『두입술』이 세상에 나온 것은 지난 98년 5월. 처음엔 『두입술』이라는 이름을 듣고 이상한 상상을 하는 학우들이 많았단다. 그러나 ‘입술을 연다’는 것은 공론화되지 못했던 여성문제의 표출을 의미하고, ‘함께 말한다’는 것은 여성문제가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연대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
책의 내용은 예상과는 달리 그다지 페미니즘적(?)이지 않다. 『두입술』이 추구하는 바가 여성의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 호마다 하나의 주제를 잡아 테마기획으로 만들어지는 『두입술』이 지금까지 다루었던 주제들은 ‘연애’, ‘독립’, ‘구두’. 언뜻 보면 여성전문잡지가 아닌 듯 하지만 그 속에는 여성주의적 시각이 녹아들어 있다고. “그냥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본인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읽다보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거든요.”
원래 총여 산하에 있었던 『두입술』은 자치단체가 된 후 예산과 공간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잡지를 만드는 데 드는 상당한 예산은 총학생회·여학생처·총여학생회의 지원으로 일부 충당하긴 했지만 대부분 발로 뛰어 후원받은 것이라고. 모임을 가질 이렇다 할 만한 공간도 없어 현재는 임시로 백양관의 구석방에 거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두입술』 사람들의 얼굴은 밝다. “특별히 『두입술』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자치단체들의 문제죠.”
『두입술』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갖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성문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여성운동 자체도 어떤 형태로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여성모임에서만 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주었으면 해요.” 페미니즘의 가장 큰 미덕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는 『두입술』은 많은 학우들이 『두입술』 제작에 참여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목소리를 내 주었으면 하고 기대한단다. 함께 하는 사람들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회원 가운데에는 학부 졸업생도 있다고.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에요.”
현재 우리대학교 여학생이 5천여명인데 발행부수는 3천부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면화에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는 『두입술』은 앞으로 웹진으로 발전할 구상도 갖고 있다. 다음 『두입술』 3호는 중간고사 즈음에 만나게 될 예정. 새로운 각도에서 우리의 일상에 끊임없이 신선한 문제를 던져 줄 『두입술』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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