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낯선 우리들의 공부이야기

공부에 관한 여론기획 분석 결과, 단과대별로 학과 공부, 그룹 스터디, 조모임, 스펙, 고시 등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문․이과를 아우르는 다양한 과의 학생들, 강필준(경제․04)씨, 배정훈(사회․05)씨, 임서진(생화학․06)씨를 만나 연세인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 먼저 기본적으로 평소에 어떤 공부를 얼마나 하는지 말해 달라.

필준: 현재 경영대 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학회 과제를 하는 데 주당 9시간 이상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모임으로 인한 과제 외에 스스로 하는 공부는 1시간 미만인 것 같다.

정훈: 사회학과는 학과 특성상 조모임이 매우 많다. 조모임에 할애하는 시간은 주당 6~7시간 정도 된다. 또한 쪽글을 쓰는 데 4~5시간 정도를 보낸다.

서진: 이과대는 학과 공부 위주다. 복습을 안 하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주당 9시간 이상은 복습을 한다.

함께 하는 공부, 조모임과 그룹 스터디

사회: 그룹 스터디를 많이 하는 편인가? 함께 하는 공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서진: 이과대 수업에서는 토론하며 생각을 공유하는 것보다는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룹 스터디가 거의 없고, 대부분 스스로 공부하는 편이다. 그룹스터디가 있다고 해도 혼자 공부하면 게을러지니까 서로 자극을 주며 진도를 맞추자는 식이다.

정훈: 우리 학과에서도 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결성해 이뤄지는 그룹 스터디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조를 결성해 조모임을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험기간에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하는 스터디 외에 특별한 그룹 스터디는 별로 없다.

강필준(경제․04)씨

필준: 나 같은 경우에는 학회 활동을 하기 때문에 80~90% 이상이 팀 과제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함께 팀 과제를 하면 확실히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전공으로만 사고하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IT 기획하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팀 프로젝트를 통해 공대생의 기술적인 마인드와 생과대 학생들의 디자인적인 감각 등을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

사회: 수업시간에 하게 되는 조모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진: 학과 공부의 중요도가 높은 이과대의 특성상 조모임보다 혼자 공부하는 것이 편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조모임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수강신청 때부터 조모임이 있는 수업은 배제시키는 편이다.

필준: 경영학과는 실전, 응용 학문이다 보니 조모임이 많은 편이고, 경제학과는 순수 학문이다 보니 조모임이 거의 없다. 나는 조모임이 필요한 것 같다. 회사에 들어가도 혼자 하는 작업은 거의 없다. 조모임을 통해 사회생활에서 꼭 필요한 협동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프리 라이더 때문에 조모임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프리 라이더를 동참하게 만드는 것도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한 하나의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배정훈(사회․05)씨
정훈
: 우리 사회과학대는 조모임이 필요 없다고 느껴지는 수업에서도 조모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어떤 수업은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학생 발표로 진행하고, 교수님은 나중에 코멘트만 다는 형식이다. 발표를 하는 학생들은 물론 발표 준비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발표를 하지 않는 학생들은 사실상 발표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고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모임이 능사가 아닌데 요즘에는 조모임 자체가 목적이 돼버린 게 아닌가 싶다.

대학생의 필수 과제(?), 스펙

사회: 스펙을 위한 공부는 하고 있는가?

필준: 여러 스펙 중 공모전에 치중하고 있다. ‘연세대’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밖에 나가 경쟁했을 때도 뒤처지지 않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게 바로 공모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학회와 공모전을 병행하며 스펙을 쌓고 있고, 우리 학과 친구들을 보면 고시 준비나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정훈: 사과대 학생들은 고시와 어학 능력 시험 준비 등 스펙 쌓기에 많이 치중하는 편이다. 친구들을 봐도 군대 안 가는 사람들은 거의 다 고시를 준비하고, 고시를 안 보는 사람들은 학회 활동, 법학적성시험(LEET), 자격증 준비 등을 하며,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학생이 토플 등의 영어 시험을 준비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번 여름 방학 때 ‘희망제작소’라는 곳에서 인턴 활동을 했고, 이번 겨울 방학에는 영어 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다.

서진: 지금의 현실에서 순수학문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물리학과 학생들은 주로 변리사 준비를 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 천문우주, 대기, 화학과 학생들은 석사 학위가 없으면 취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요즘 의학전문대학원(아래 의전)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아래 치전) 준비를 많이 한다. 의전, 치전 등을 가려면 토익이나 텝스 성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학 시험 공부도 많이 하는 편이다.

끝없는 고시 열풍

사회: 대학 내의 고시 열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필준: 상경․경영대는 남자 20명 중 15명은 CPA를 준비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CPA까지 최종목표가 아니라 자격증처럼 돼가는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그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는 만큼, 고시를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에라 모르겠다. 이거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 무엇을 해야 하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임서진(생화학․06)씨
서진: 상경․경영대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현상이 우리 이과대에서 의전, 치전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우리 과를 보면 정말 의전, 치전에 가고 싶어서라기보다, 일단 붙으면 미래가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생각에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맹목적으로 고시를 준비하는 풍조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정훈: 사회과학대는 대부분이 고시를 준비하는 추세인데, 나는 이런 과도한 고시 열풍이 학교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곳곳에 있는 ‘연세대, 사법고시 몇 명 합격’ 등의 플랜카드는 마치 학교에서 고시를 보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 의식이나, ‘이 정도 학교면 이 정도 고시는 봐야한다’라는 통념 등도 고시 열풍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다.

왜 공부를 하는가?

사회: 마지막으로 가장 원론적인 질문을 하려 한다. 왜 공부를 하는가?

서진: 나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를 한다. 가계가 곤란한 것은 아니라도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으면 노력의 결과를 인정받는 느낌이 들고, 그것이 하나의 활력소가 된다.

필준: 나는 어떻게 보면 공부 외에 다른 길을 찾지 못해서 공부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학창 시절 알바를 참 많이 했었는데, 시급 2천원의 노래방 알바를 하다가 시급이 그 몇 배나 되는 과외를 하고 나서 공부가 제일 쉽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공부를 하거나 공모전을 나가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도 좋다.

정훈: 조금 세속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나는 원하는 곳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언론사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풍부한 상식을 키워야 할 것 같아서 사회학과에 들어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심주용 기자 simjud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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