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기획] 연세인의 공부

대한민국 상위 1%. 소위 'SKY'라는 이름으로 혜택을 누리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뭇 사람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할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렇게 책상과 혼연일체되던 학창시절 공부벌레들은 지금, 공부와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을까? 이에「연세춘추」는 ‘공부’를 주제로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우리대학교 재학생 1천300명에게 설문을 실시했다.

혼자 공부하는 데 익숙한 연세인
스터디 활용도 낮지만 조모임 참여도 높게 평가해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8%가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부 방법이라 꼽았다. 또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1~2주 전부터 시작한다고 응답했다. 연세인 10명 중 7.8명은 자신의 공부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항상 공부 중인 학생은 10명 중 1.2명에 그쳤다. 공부량이 부족한 이유로는 전체 학생의 60%가 ‘게으름’을 꼽았다. 17%의 학생들은 ‘남들이 워낙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자신의 공부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공부량 부족의 1차적인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을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2명 중 1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공부하는 모임(아래 스터디)을 해봤고 그 종류는 학과공부와 어학공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일주일 중 스터디에 들이는 시간은 3시간 이하가 85%에 달했고 1시간 미만이라 답한 학생도 50%가 넘어 연세인의 스터디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대학교 학생 5명 중 2명은 고시나 어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남은 3명 중 1명은 동아리나 학회 활동을 통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는다고 답했다.
한편 70% 이상의 학생들이 일주일에 적어도 1시간을 조모임에 할애했다. 조모임에서 자신의 참여도가 보통 이상이라 답한 학생이 5명 중 4명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스스로가 조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판단했다. 조모임의 고질적인 ‘무임승차’ 문제는 모두 ‘남의 얘기’인 셈이다.

‘신입생 땐 놀아야지’ 통념 그대로
동시에 스펙·장학금도 신경 쓰는 완벽주의자

선배라면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중앙도서관을 찾는 ‘무서운 새내기’들의 기세를 한번쯤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격세지감을 느끼는 일부 선배들은 한 시름 놓아도 괜찮을 듯하다. 조사 결과 학번이 낮을수록 평소에 공부하는 시간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학번 학생일수록 평소 공부 시간이 1시간 미만에 머물렀고, 고학번 학생으로 갈수록 5시간 이상 공부한다는 응답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루 전에 시험을 준비한다고 답한 비율도 09학번이 06학번 이상 학생들에 비해 2배 정도였으며, 항상 공부한다고 답한 09학번은 한 명도 없는 반면 고학번으로 갈수록 항상 공부한다고 응답한 학생 수가 증가했다.
공부를 하는 이유로는 우리대학교 재학생 5명 중 3명이 ‘원하는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한편 09학번 중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다른 학번의 2~3배에 해당되는 18.5%에 달해 입학 초 새내기의 열의가 반영됐다. 또한 스펙에 대한 새내기들의 관심은 07·08학번보다 높았다. 총 공부량에서 스펙을 위해 공부하는 비중이 40%이상이라 답변한 09학번 학생은 57%로, 40%에 그친 07·08학번보다 높았다. 이영주(경영·09)씨는 “(스펙 준비는) 고학번 학생이 더 치열한 것 같지만, 09학번 중에도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학점을 철저히 관리하거나 토플을 준비하고, 스펙의 일환으로 사회봉사 과목을 수강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해 새내기들도 스펙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고 답변한 학생의 비율은 16%에 그쳤고,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강연에 한정돼 학교에서 제공하는 제도가 다양하게 활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내기일수록 학교에서 제공하는 멘토링 제도를 많이 활용했고 고학번일수록 강연을 많이 들었다.

공부벌레 음악대, 전공 올인 이과대
진로 뚜렷한 단과대일수록 취직 위해 공부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평소에 가장 많이 공부하는 단과대는 음악대로 나타났다. 설문에 답한 음악대 학생의 약 95%가 일주일에 5시간 이상 공부한다고 답했으며 일주일에 7시간 이상 공부한다고 답한 학생도 57%에 달했다. 이는 평소 상당한 연습량을 소화하는 음악대 학생들의 특성이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 김준영(교회음악·08)씨는 “음악의 경우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보니 매일 매일의 노력이 쌓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음대생에게 연습은 당연한 것”이라 언급했다.
스펙을 준비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0~50% 수준인 다른 단과대에 비해, 이과대는 17%의 학생들만이 스펙을 준비한다. “스펙이라 해도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정도이며 그 수도 많지 않다”는 이다솔(물리·08)씨의 말은 설문결과를 뒷받침한다. 이씨는 또 “이과대는 대학원까지 졸업해야 취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여 학부시절부터 학과공부에 집중하는 이과대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실제로, 효과적인 공부법으로 ‘그룹스터디’를 꼽은 34%의 이과대 학생 중 76%의 학생이 학과공부를 위해 스터디를 한다고 답했다. ‘항상 공부한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도 8.6%로 적은 수치지만 모든 단과대 중 가장 높았다.
단과대 별로 준비하는 스펙의 유형은 어떨까? 대체로 모든 단과대에서 ‘어학능력시험을 준비한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지만 특히 문과대와 공과대가 각각 46%, 54%로 다른 단과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시를 준비한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법과대가 69%로 단연 높았다. 한편 상경대와 경영대는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동아리 및 학회 활동을 한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이 다른 단과대에 비해 높게 나타나, CPA를 준비하거나 상경·경영 학회 등을 통해 취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하는 곳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한다고 답한 응답률은 평균 35% 수준이지만 문과대는 20%, 이과대는 12%의 학생들만이 이 항목을 선택했다. 반면 공과대, 음악대는 각각 47%, 68%의 학생들이 ‘원하는 곳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한다고 답해 졸업 후 진로가 비교적 뚜렷한 학과일수록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사과대 5명 중 1명은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20% 수준으로 다른 단과대의 응답률이 7%에 머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에 해당되는 수치다.


김한슬 기자 gorgeou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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