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권익 위해 만들어진 생협, 정작 학생들은 무관심해 …

학생회관 1층에 생활협동조합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하얀샘에서 식사를 하거나 전공서적을 사기 위해 슬기샘에 가는 학생들. 이처럼 우리대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하루에 한번 이상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이 운영하는 복지매장을 이용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생협을 이용하면서도 생협과 학생 사이의 관계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학생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만들어낸 생협

생협의 탄생은 지난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외부 사업자로 유출되는 수익을 환원해 교내 복지를 향상시키고 학생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공동체 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학생 자치 사업을 구상하게 됐고, 그 첫 번째가 교내 자판기 사업이었다. 학생 직영 사업으로 17대의 자판기와 학생회관 매점(하얀샘)을 마련한 것이 우리대학교 생협의 태동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지난 1986년 「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학생들의 자치적인 사업 시행이 어렵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와 학생의 공동 직영 형태로 기존 사업을 운영하게 됐고 슬기샘, 알뜰샘 설립 등을 통해 학내 중요 복지시설을 직영 형태로 발전시켰다. 이런 직영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교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비자 조합인 생협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생협 복지매장의 운영에 따라 발생되는 이익금은 조합원에게 모두 환원되는 것을 원칙으로 △복지시설 개선 △조합원들의 장학금·연구비 지원 △비품 구입 등에 쓰인다. 이렇듯 학생 복지를 위해 학생 조합원 스스로가 출범시킨 생협이지만, 학내에 이를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

당신은 ‘소비자’가 아닌 ‘조합원’입니다

지난 2004년 이후 입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자동으로 조합원이 돼 기존의 생협보다 규모가 확대됐다. 학내 구성원 대부분이 생협의 일원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협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상황이다. 생협 김민우 부장은 “단지 물건을 싸게 구입하거나, 좀 더 나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소비자로서의 관심은 있으나 조합원으로서 주체적인 의견 개진과 주인 의식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생협과 학생 사회를 분리시켜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다. 최근 중앙도서관에 게재된 총학과 생협의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담긴 대자보에서 그 단적인 예가 드러난다. 당시 자보에는 총학이 학술정보관 옥상의 카페테리아 사업을 추진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그 사업은 생협이 원래부터 추진하던 사업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생협은 학생사회와 분리돼 운영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사회를 대표하는 총학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카페테리아 사업은 생협 또는 총학이 각각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오랜 기간의 논의를 거쳐 함께 이뤄낸 성과라 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학생 대표들이 학생사회의 의견을 이끌어내서 생협의 의사결정과정에 어떻게 반영하는가의 문제다.

학생의 목소리가 필요한 생협의사결정

그렇다면 생협의 의사결정 과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우리대학교 내 대부분의 구성원이 생협 조합원인 상황에서 2만 명이 넘는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생협의 대표 의결기구가 존재한다. 조합원의 대표인 대의원으로 구성된 대의원총회가 조합원총회의 역할을 위임받는데 그 구성원은 교수 대의원, 교직원 대의원, 학부생 대의원 각각 30명과 대학원생 대의원 25명, 생협 직원 3명으로 총 118명이다. 대의원총회를 통해 전년도 진행사업에 대한 경과보고와 당해연도 진행예정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하게된다.

학부생 대의원은 보통 단과대 학생회 정·부회장, 학생복지위원장·위원, 총학 정·부회장, 총여 정· 부회장, 동아리 연합회장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의원들의 회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생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대의원을 비롯한 학생 스스로가 생협의 조합원임을 인지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후생복지관과 백양로 프로젝트와 같이 학생 복지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 결정에 있어서도 학생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일지 않았고, 결국 대의원총회에서 후생복지관 전면 재검토가 의결됐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총여 <Speak out>선본은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의 대의원총회는 단지 생협 사무실 측에서 준비한 안건을 의결만 하는 자리로 여겨질 정도”라며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총여 선본은 생협의 개선을 위한 공동공약을 제안했으며 이를 6개의 총학 후보 선본 모두가 받아들인 상태다.

원주캠의 상황은 어떨까. 원주캠 내에는 생협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원주캠 학생은 조합원이 아니다. 다만 문구·잡화점인 ‘누리샘’만을 생협에 의뢰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원주캠 총학생회장 이충일(물리치료·06)씨는 “원주캠에도 생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생협과 관련된 내용을 이전 총학에게서 이월 받은 적이 없다”며 원주캠 내 생협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부재함을 알렸다.

26년 전, 학생사회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움직임이 생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오늘날 생협은 학생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복지환경을 만들어내는 본래의 목적을 잃어가고 있다. 학생들의 역할 또한 주체적인 조합원의 의미는 옅어져가고,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로서의 의미가 짙어지고 있다. 학생 스스로가 생협의 조합원이라는 의식을 자각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생협의 태생적 의의를 되찾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강형옥, 권소영 기자 serendipity@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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