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의 소통

“20살이라고? 친구네”

음악소리로 시끄러운 홍대의 한 클럽에서 춤을 추던 김삼순(70)씨의 말이다. 지난 9월 9일 홍대 앞에서 ‘나이없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어른들의 ‘클럽투어’가 이뤄졌다. 젊은이들만의 공간에 어른들이 ‘침투’한 것이다. 그들은 젊은이들과 춤을 추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세대차이’는 옛날부터 존재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야기 된다. 그렇다면 과거에 비해 현재의 단절이 더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회대 교양학부 김찬호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노소간이 단절된 이유는 미디어의 급격한 발전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나이 많은 어른은 ‘지식의 보고’였다. 그렇기에 젊은 세대는 어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통을 했다. 하지만 미디어가 크게 발달하면서 그들의 경험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 굳이 그들의 경험에 의지하지 않아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교수는 “서양보다 우리나라에서 세대차이가 더 많이 나타난다”며, 원인으로 우리사회의 권위주의와 서열의식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 나이 많은 어른과 젊은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이기보다는 수직적인 서열관계에 가깝다. 이런 서열관계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그들과 소통하는데 버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과거의 질서에만 머물러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현대의 어른들은 점차 ‘권위’를 내려놓고 젊은이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SUNNY봉사단의 ‘행복한 모바일 세상’이다. 8번째를 맞는 이 봉사활동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은 어르신들에게 1:1로 휴대폰 활용법을 교육한다. 현 세대의 대표적인 미디어인 휴대폰으로 할아버지와 손주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심리적 거리감을 좁힌다. 이는 노소간을 단절시킨 미디어로 다시 그들을 잇는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공간을 통해 세대간의 소통을 꾀하려는 노력도 존재한다. ‘노유복합시설’에 대한 움직임이 그 예다. 노유복합시설은 아동과 노인이 함께 활동하며 소통하는 공동체다. 이 시설은 일본을 중심으로 보편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노유복합시설은 지난 8월 ‘노유복합시설 국제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새로운 대안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전의 ‘뿌리와 새싹’이다. 뿌리와 새싹은 새싹어린이집, 노인문화 시설인 뿌리문화원 등이 하나의 공동 보육 시설을 구성하는 형태다.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노인들은 ‘새싹’들의 생태교육이나 옛날이야기 프로그램에 선생님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화적인 소통도 시도되고 있다. 지난 9월 9일 열린 ‘나이없는 날’ 행사는 서교동의 지역문화행사로 시작돼 올해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했다. 행사를 기획한 상상공장의 류재현 감독은 “홍대 앞이 젊은이들만의 공간이라는 편견을 깨보고 싶었다”며 “문화로 다른 세대끼리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기획취지를 밝혔다. 이날 보라색 가발을 쓰고 홍대앞 거리를 돌아다닌 황성희(52)씨는 “늙으면 갈 수 있는 구역이 제한되어 있다”며 “젊은이들만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홍대문화를 우리도 체험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세대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소통은 상호간의 노력만 있다면 어디든, 누구든 그 ‘사이’에서 가능성을 가진다. 젊은세대가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시점이다.

허찬회 기자 ganapati@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_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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