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자체에 대한 관심 급부상, 색을 이용해 불편함 극복할 수도 있어

아침에 일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이 무엇일까?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그것, 바로 색(色)이다. 옆에서 울리는 휴대폰, 입고 나가는 옷, 공부하기 위해 피는 책 등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수히 많은 색이 포함된 팔레트다.

우리가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색은 1만 7천여가지, 보지 못하는 색을 합하면 600만가지 이상인 만큼 색채학은 쉽게 정의하기 힘들다. 조선대 창업보육센터 ID-house 대표 손혜란 겸임교수(인예대·색채학/시각디자인)는 “색채학은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개념이 달라진다”며 “굳이 정의하자면 과학과 예술을 양극으로 하는 종합적 학문”이라고 말했다.

 

 

색의 기원은 태양이다. 태양에서 오는 빛 중 380~780nm의 파장범위에 속하는 가시광선만이 눈으로 들어와 망막의 세포를 자극하고 눈을 감기 전까지 영원히 색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색은 산소처럼 모든 세상을 채우고 있으며 색채는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것을 비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명시성과 주목성이다. 교통표지판은 명시성을 극대화 시킨 좋은 예다. 특히 노란색과 검정색을 이용하면 위험하다는 문자 없이도 위험을 나타낼 수 있다. 주목성은 색이 눈을 끄는 힘으로써 고명도·고채도의 색을 사용하는 것이다.

위험·주목과 같은 표현에 사용되던 ‘기본적인’ 색들은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더욱 다양하게 분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색채학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다. 퍼스널 컬러는 이미지 메이킹 방법 중 한가지로 자신만의 머리카락색, 피부색, 눈동자색 등을 고려해 그 대상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는 것이다. 전문가가 직접 수천가지의 천을 몸에 매칭시키는 방법으로 찾을 수 있으며 계절에 따라 색과 천의 재질도 달라진다. 이미 일본에서는 고객의 퍼스널 컬러를 찾아주는 색채진단사가 하나의 직업으로 활동 하고 있다.

또한 국내 대기업에서는 대부분 디자인부서 아래에 색채 연구소를 두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국내외의 색채전문가를 영입해 색을 섞거나 매치시키며 새로운 색을 만들어낸다. 그뿐만이 아니라 각 나라별로 선호색을 분석해 색채를 개발해 나라에 따라 다른 색의 제품을 출시하도록 한다. 과거에는 가전제품이 ‘백색가전’이라고 불렸으나 더 이상 가전제품은 하얀색이 아니다.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끝이 아니다. 색을 이용해 불편함을 극복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인간의 경우 나이가 들어 노안이 되면 적색을 구별하는데 이상이 생긴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 중 소수인 노인이나 색맹을 위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발견한 해결책은 익숙한 것들의 색을 바꾸는 것이었다. 색채학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노인과 색맹을 위한 환경디자인이 활발히 연구됐다. 일본의 컬러리스트들은 이런 불편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안경’으로 결점을 찾아 노인들의 불편을 해결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상품 중 한국에도 도입돼 사용되고 있는 것은 숫자 표시 신호등이다. 과거와 달리 신호등 옆에는 횡단 가능한 시간이 녹색의 숫자로 표현된다.

손 겸임교수는 “색채학은 모든 것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중요한 학문이다”며 “색채치료, 컬러리스트 등 색채 관련 직업군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색은 더 이상 보고 즐기는 색 자체로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분야가 돼가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는 한, 그리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색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발전할 것이다.

추상훈 기자 wansonam@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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