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쉽게 공부하는 전공들 이야기

 학기 중에 수업을 나름 열심히 듣는다고 필기도 열심히 해온 연돌이. 그런데 막상 시험을 보려니 범위가 장난이 아니다. 수강하는 여섯 과목이 시험을 다 보는데다가, 범위가 많기로 소문난 교양과목 ‘서양미술사’와 ‘그리스 신화의 이해’를 동시에 수강하고 있기 때문. 당황한 연돌이는 연두의 강의평가 게시판으로 들어가 정보를 구하려고 노력한다. 그 때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 그, 바로 만화다.

 ‘서양미술사’에서 한 학기 동안 배우는 수백장의 명화들이 『만화 서양미술사』로는 단 다섯 권이면 압축된다. 또 다른 수업 ‘그리스 신화의 이해’에서는 외워야 하는 신의 이름만도 엄청난데,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그들의 관계까지 자연히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다. 김현철(불어불문·08)씨는 “시험범위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공부를 하다가 만화를 보면 전체적 흐름이 빠르고 쉽게 파악되면서 나름 재미있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헷갈리는 인물들은 만화에 있는 캐릭터와 연관시켜 공부하면 잘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그 중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몇 년 전 어린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의 원작 만화다.

 만화는 이야기가 있는 역사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의 입문서로도 요긴한 역할을 한다. 성안당 출판사의 만화 시리즈물 중 『만화로 쉽게 배우는 통계학』으로 통계학에 쉽게 입문한 박재훈(법학·06/휴학)씨도 그 수혜자다. 그는 “통계학 입문의 경우 어려운 강의는 아니었지만 다른 전공의 수업이다 보니 생소했고 공부하기가 싫었는데 통계학 만화는 한번 쭉 읽으면서 흐름을 몸에 익힐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또한 박씨는 중요한 판례들을 만화로 구성한 책 『만화로 보는 판례』 시리즈로 자신의 전공인 법학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박씨는 “법학 공부를 하다보면 다 비슷비슷해서 헷갈리고 잘 잊어버릴 수 있는 판례의 사실관계가 이미지로 보면 잘 각인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시중에 판례뿐 아니라 법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만화서적이 많이 출간돼 있다고 귀띔했다.  

 ‘만화는 수준이 낮고 오락용이다’라는 선입견을 깨고 만화로 ‘배우는’ 데 앞장선 이가 바로 우리대학교 정갑영 교수(상경대·산업조직론)다. 그는 일반인들도 쉽게 경제에 입문하게 하려고 접근하기 어려운 전공서적들 대신 만화를 택했다. 상공회의소의 제의로 처음 만화로 된 경제책을 출판한 정 교수는 현재 「조선일보」에 매주 시사경제만화 『알콩달콩 경제』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독자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호응도 얻자 “새로운 인물도 추가하고 경제의 시사적 요소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만화는 분량은 적을지 몰라도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방식으로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체화시키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만화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공 뿐 아니라 관심분야도 만화와 함께하면 ‘독학’이 가능하다. 음악 분야만 해도 음악장르 ‘락’이 처음엔 어떤 반향을 일으켰고 어떤 역사를 통해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게 됐는지 친절히 설명해주는 『페인트 잇 락』, 그리고 재즈의 역사를 만화로 따라가는 『재즈 잇 업』과 같이 평소 듣던 음악들을 새롭게 들리게 해주는 책들을 여럿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만화는 우리를 학문의 세계에 발돋움하는 그 시작, 문턱까지만 우릴 안내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그와 더불어 각종 서적들, 스스로 깨우치는 경험들이 하나가 돼야만 얻을 수 있다. 다가오는 기말고사 공부는 만화와 함께 ‘재미있게’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연 기자 periodistaye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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