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연계전공 '과학기술과 사회', 이화여대 통섭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7살, 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생들은 문과 혹은 이과로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문과는 국어, 사회 중심으로 이과는 수학, 과학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대부분 고등학교 때 결정한 과에 따라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한 분야에 편향된 지식만을 얻는 것은 학과제로 운영되는 대학에 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다양한 학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실천한 학계의 움직임이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대학교 연계전공 ‘과학기술과 사회(아래 STS)’ △이화여대 ‘통섭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가 있다.

STS는 지난 2007년 여름에 시작된 ‘연세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포럼(아래 STS 포럼)’의 토론 내용에 기반해 2008학년도 1학기 우리대학교 연계전공으로 신설됐으며 현재 생화학과, 경제학과, 신학과, 세라믹공학과 등 다양한 학과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STS 송기원 책임교수(이과대·생화학)는 “고등학교 때부터 문·이과를 나누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최근 이뤄지고 있는 대학들의 학과제 전환으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교육 간의 연계가 단절돼있다”며 “산업화와 세계화 속 생태계 파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대학생 때부터라도 다양한 학문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S 포럼은 포럼에서의 토론 내용과 STS 수업내용을 정리해 지난 10월 29일 『멋진 신세계와 판도라의 상자』를 발간한 바 있다. 통섭을 반영한 과목으로는 2009학년도 2학기 현재 △세계의 이해에 ‘동서양 과학기술과 문명’ △STS에 ‘과학기술 사회 그리고 경제’ △자연의 이해에 ‘과학기술 그리고 사회’ △공과대학공통에 ‘과학기술과 사회’가 개설됐으며 오는 2010학년도 1학기에는 STS에 윤리와 생명과학을 주제로 한 과목이 개설될 예정이다.

과학저술가 윌슨의 『통섭』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 2006년 설립된 이화여대 통섭원은 학문 간 벽을 허물어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통섭적인 학문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섭원은 그동안 과학자를 초청해 대화하는 ‘통섭 사랑방’, 학생 토론 모임 ‘통섭 서당’ 등의 활동을 진행해왔다. 통섭원장을 맡고 있는 이화여자대학원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는 통섭원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분과 학문의 울타리에 갇혀 있었다”며 “그 울타리를 깨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올해 여러 대학교에서 신설한 ‘자유전공학부’ 중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타 대학들과 달리 문·이과를 통합해서 모집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1학년 때 자연계열 과목과 인문계열 과목을 골고루 수강한 후, 2학년 때 사범대학과 의과대학을 제외한 모든 학부의 전공 중 원하는 전공을 신청해 배정받거나 자신이 직접 설계한 설계전공을 이수할 수 있다. 특히 설계전공은 자유전공학부 내 3명의 연구교수와 상담한 후 지리정보공학, 수학심리학, 금융공학 등의 과목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서울대 서경호 자유전공학부장은 지난 3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유전공학부생들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스스로 탐구하는 'Active Learning'을 하기 바란다”며 자유전공학부의 궁극적인 목표를 밝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근대사회가 성립됐다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지식을 기반으로한 사회다. 이런 사회 속에서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중 한 쪽만의 지식만 가지고는 복합적인 현 시대를 이해하기 힘들다. 교육 시스템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주체적으로 다양한 학문 간의 연계를 실천해나가는 학생들의 태도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문해인 기자 fade_awa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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