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는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이 단순히 교양으로가 아니라  'Creation', 즉 창작에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미국의 칼아츠(Calarts)에서 학사, 석사를 마친 우리대학교 김형수 교수(커뮤니케이션 대학원·미디어 아트/사진)는 자신의 모교를 이렇게 설명했다. 칼아츠는 월트 디즈니가 설립한 학교로 통섭교육의 대표적 사례다. 칼아츠에서는 예술내의 통섭뿐만 아니라 인문학, 과학의 영역까지 통섭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김 교수는 “동일한 건물 안에서 춤 공연이나 영화상영이 이뤄져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의 예술도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통섭교육이 지지부진한 한국과는 다르게 세계의 여러 대학들은 우리보다 10~20년 앞서 이런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우리나라에서도 통섭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자유전공학부나 KAIST의 CT대학원, 이화여대의 ‘통섭원’등이 그 예다. 특히 국내 ‘예술’분야와 관련해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아래 한예종)’의 ‘Ubiquitous Art and Technology(아래 U-AT)’ 사업이 대표적이었다. U-AT사업은 예술과 예술, 예술과 인문학, 예술과 과학을 통섭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컨텐츠를 기획, 창작할 수 있는 예술영역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4년으로 계획되었던 U-AT사업은 1년만에 중단됐다. 본래 계획된 10개 랩이 해체되고 1개로 통합되어 운영되다가 이마저도 폐지될 예정이다. 통섭교육을 주도했던 황지우 전 총장의 경우 교수로 복직하는 소송에 패소했으며, 심광현 교수의 경우 오는12월 말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상황에 처했다. 한예종 기획처장 주성혜 교수는 “국고예산이 전액 삭감된 이후 사업이 기성회비와 발전기금으로 운영된 것은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였다”며 “현재 연구프로젝트는 모두 취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U-AT사업이 취소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봄에 이뤄진 문화체육관광부의 종합감사 때문이다. 종합감사에서는 한예종의 U-AT 사업내용이 KAIST의 CT대학원과 겹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사업취소를 명령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CT대학원은 예술을 차용한 공학적 기술개발을 한다면 한예종의 U-AT사업은 디지털 컨텐츠 창출에 중점을 준다는 면에서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U-AT사업이 표방하는 예술에서의 통섭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일반인도 소리, 미술, 퍼포먼스, 영화기술 등이 종합된 UCC를 쉽게 만들고 공유하는 시대에 정작 예술가들이 각 예술 분야를 다 따로 연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한예종의 U-AT 마스터플랜은 21세기 새로운 유비쿼터스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T자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T자형 인재에서 T의 가로축은 한예종의 6개 단과대의 분야와 과학 기술을 수평적으로 융합하는 것을, 세로축으로는 전공을 계속 심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윌슨의 『통섭』에서는 “21세기에는 미술과 과학기술을 융합하는 사람이 세상을 좌우한다”고 분석한다. 학문의 융합이야 말로 지식시대의 가장 큰 경쟁력이며 미래 발전의 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에 주목하고 추진된 한예종의 프로젝트가 좌초됐다. 다변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다양한 학문적 시도를 장려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연, 허찬회 기자 periodistaye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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