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유행] 달콤함의 쓰나미가 몰려온다여유로워진 삶, 달콤해진 식탁 … 디저트 유행 ‘이제 시작일 뿐’
  • 정지민 기자
  • 승인 2009.10.10 16:52
  • 호수 1622
  • 댓글 0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이든 달콤한 초콜릿을 거부하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며 입맛이 변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단맛에 대한 욕구는 원초적이고 보편적이다. 그리고 이 단맛은 식후에 더욱 간절해진다. 나라마다 천차만별인 음식들 중에서도 유독 디저트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단 이유가 아닐까.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달달한 맛의 유혹, 디저트가 유행이다.

디저트 전성시대, 왜?

이제는 익숙해진 와플, 푸딩부터 에그타르트, 번*, 아포가토**, 마카롱***, 에클레르****까지. 케익과 아이스크림 같은 큰 카테고리들이 무색하게 디저트가 세분화되고 있다. 이런 낯선 이름의 디저트를 맛보는 일도 더 이상 어렵지 않다. 거리마다 하나씩 들어선 대형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 카페 정도면 웬만한 디저트들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홍대와 이대, 신사동 가로수길, 대학로 등의 작은 카페에서는 나라별, 종류별로 특화된 수제 디저트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디저트가 유행하고 있는 요인에 대한 분석은 분분하지만 대체로 소득수준 향상을 꼽는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디저트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가볍게 식사삼아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본디 디저트란 후식인 만큼 1차적인 배고픔, 즉 주식이 해결된 뒤에 발달할 수 있는 부수적 식문화다. 선진국에서 디저트 문화가 특히 도드라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대 앞의 디저트 전문점 ‘루시가토’ 문덕기 차장은 “디저트 산업은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정도일 때 가장 활성화된다고 한다”며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인 셈”이라고 말한다. 이런 국민소득과의 관련성으로 인해 디저트 산업은 한 나라의 외식산업 발달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해외에서 디저트를 경험하고 온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소비자들은 외국에서 맛보고 온 디저트를 찾고, 현지 유학파 파티시에들이 이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세계식문화연구소 박연경 소장은 “유럽, 일본, 미국 등에서 공부한 파티시에가 만들어내는 패스트리와 타르트 등은 본고장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고 말한다. 소득의 향상으로 보다 여유로워진 소비패턴에 해외 경험 증가가 맞물려 디저트 유행을 더욱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번, 아포가토, 마카롱, 에클레르, 그 다음은…

앞으로도 국민소득이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디저트는 더욱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의 이색적인 디저트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한편 전통 디저트에 해당하는 떡, 한과도 퓨전과 현대화를 거듭해 자리 잡을 것이다. 이렇게 가짓수가 많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케이터링 전문업체 ‘오위소’ 이영선 대표는 “‘플레이티드 디저트(plated desert)’가 발달할 것”이라 예측한다. 플레이티드 디저트란 ‘접시에 담겨 나오는 디저트’라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디저트 전문점이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식사 끝에 제공하는 후식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레스토랑은 아직 에피타이저나 메인 요리에 비해 디저트는 종류도 제한적이고 전문화도 미흡한 편인데, 이 점이 보완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문 차장은 미래에 유행할 아이템으로 밥 대신 디저트류를 채워 판매하는 일본의 ‘디저트 도시락’을 꼽는다. 유럽에서는 디저트를 단품으로 즐기지 않고 여러 가지를 함께 얹어 가벼운 식사처럼 즐기는데, 이런 유럽 스타일이라면 밥 대용도 될 만하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유기농 재료로 만든 저칼로리 메뉴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부려도 되는 작은 사치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확실한 건 단맛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울하고 짜증나는 일들로 지칠 때 달콤한 디저트는 순식간에 혈당을 끌어올려 다시 기운을 내게 해준다. 밥보다 비싼 디저트를 두고 ‘배보다 큰 배꼽’에 빗대기도 하지만 한 입 베어 무는 것만으로 울적했던 하루를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그건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가 아닐까. “특히 식사 메뉴를 잘못 골랐다면 가장 적절한 보상은 제대로 된 디저트다.” 디저트의 힘을 믿는 박 소장의 조언이다.

* 번 : 우유와 버터의 향미를 기본으로 한 재료에 건포도나 호두를 넣고 구운 둥글고 작은 영국 빵.
** 아포가토 :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끼얹은 이탈리아 후식.
*** 마카롱 : 아몬드가루, 밀가루, 달걀흰자, 설탕으로 만드는 프랑스 고급 과자.
**** 에클레르 : 길쭉한 패스트리에 슈크림을 채우고 표면에 초콜릿을 바른 프랑스 빵.

정지민 기자 anyria@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자료사진 루시가토

정지민 기자  anyria@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많이 본 뉴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