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 각종의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시사프로그램들이 각 방송사마다 주요 꼭지로 자리 잡은 것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사회민주화를 통해 취재 및 보도에서 그간 금기로 여겨져 왔던 이른바 ‘성역(聖域)’들이 상당히 와해됐고 또한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먹거리와 교육 등 생활주변의 환경 에 관한 시청자들의 적극적 관심과 이에 따른 보도수요가 그만큼 증대된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그동안 대표적인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을 꾸려온 MBC의 ‘불만제로’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수사착수가 뜨겁게 논란되고 있다. 사실인즉, 동 프로그램 제작진이 지난 3월 12일에 방송된 “소비자가 기가 막혀-우리 아이 어디에 맡기시나요?”편에서 제작진 1명을 한 유치원에 보조교사로 위장취업시킨 뒤 이 유치원에서 집게로 아이들에게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식을 집어 먹이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촬영,보도했고, 이후 관할구청에 신고했다. 이에 유치원측이 프로그램 제작진을 무단주거침입과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했고, 이후 경찰수사에서 무혐의처리 됐는데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섬으로써 일각에서는 지난번 ‘PD수첩사건’에 이은 ‘제2의 MBC 탄압’으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언론의 사명 가운데 하나가 권력기관의 부정부패를 포함해 사회의 각종 비리와 부조리를 폭로해 그 잘못을 시정하는 데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자 사회적 요청이다.

물론 이른바 ‘폭로저널리즘’의 폐해에서 나타나듯 이 같은 취재를 목적으로 실정법을 적극적으로 위반하거나 개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문제는 취재대상 측이 필요한 보도자료를 결코 자발적으로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자의 제보나 몰래카메라가 동원되는 잡입취재나 신분사칭형 취재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번처럼 몰래카메라를 동원한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을 통해 취재대상의 사소한 사생활침해가 부득이하게 발생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공감대가 우리사회에서 폭넓게 형성돼 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MBC의 ‘불만제로’ 제작진은 취재과정에서 윤리강령과 내부규정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사법적 판단을 지켜볼 일이지만, 이번 수사로 인해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이 위축돼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소비자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언론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기능이 여전히 필요한 현실이고, 불만 없는 사회는 불만을 덮어두기보다 이를 드러내어 적극적으로 시정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을 소홀히 한 해당 기관과 아이들의 건강을 팽개친 해당 업체 그리고 정작 이들을 수사하지 않고 ‘불만제로’를 트집 잡는 검찰수사에 다시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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