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소재 불분명해 난항 겪다 극적으로 합의 … 10월 말 쯤 복원 예정


치과대 미술부 ‘연아트’가 그린 벽화 위에 그래피티(graffiti)가 덧입혀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연아트는 그래피티를 그린 관계자를 만나 항의했고 10월말 쯤 벽화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사건은 지난 9월 20일께 발생했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2명과 중국인 2명의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한국에 자신들의 그림을 남길 장소로 신촌 기차역 굴다리를 선택했다. 이에 그래피티 아트워크팀 ‘매드빅터’는 이들을 신촌으로 안내했고, 외국인 아티스트들은 연아트가 그린 벽화 위에 그래피티를 남겼다.

하지만 문제는 벽화가 동아리 차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정식으로 지원을 받아 치과대를 대표해 그린, 공적인 그림이라는 것이다. 연아트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허가를 받아 지난 2006년 9월께 굴다리 빈 벽에 첫 번째 벽화를 그렸다. 이번에 훼손된 벽화는 연아트가 2008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작업한 두 번째 벽화다.

굴다리에 그래피티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연아트 회원들은 해당 아티스트들을 찾아가 합의를 보기로 약속했으나, 그림을 그린 외국인 아티스트들이 다음날 출국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

연아트는 강경 대응을 고려하던  끝에 외국인 아티스트를 신촌 굴다리로 안내한 매드빅터와 연락이 닿아 사태 해결에 나섰다. 연아트는 보상 문제로 학교 측과 논의를 했고, 지난 6일 매드빅터의 멤버 XEVA(예명)씨와 직접 만나 오는 10월 말까지 함께 벽화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매드빅터 멤버 SEMI(예명)씨는 “그래피티 계에서는 이미 그려진 그림 위에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이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그림을 덮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2008년 연아트 회장을 역임했던 강병화(치의학·05)씨는 “아마추어든 프로든 노력을 기울인 작품인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아쉽지만 학교 측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 덕에 일이 잘 해결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치과대 학생부장 김희진 교수(치과대·구강생물학)는 “이번 일을 통해 신촌거리도 우리대학교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관리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말했다.

김한슬 기자 gorgeous@yonsei.ac.kr
사진 구민정 기자 so_co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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